"회사가 문 닫은 지 1년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해요."
지난주 상담했던 58세 김모 씨의 첫 마디였습니다. 20년 넘게 다니던 중소 제조업체가 코로나 이후 급격히 어려워지더니 결국 폐업했고, 마지막 3개월 치 월급 450만원과 퇴직금 1,800만원을 받지 못한 채 퇴직했습니다.
"사장님도 어려우신데 내가 무슨 돈을 받겠어요. 그냥 포기했어요."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김 씨의 경우 아직 청구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더 중요한 건, 본인이 포기하는 사이 정말로 청구권이 소멸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못받은 돈 받는 방법, 특히 회사가 이미 없어지거나 연락이 두절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전 중심으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 월급·퇴직금 모두 밀렸는데 임금체불신고 가능할까요?
먼저 확인해야 할 것: 아직 청구할 수 있는 상황인가?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입니다
근로기준법 제49조에 따르면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 퇴직금채권도 근로기준법 제49조가 유추적용되어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그런데 이 '3년'의 시작점이 중요합니다.
📌 임금채권의 시효 기산점
매월 임금: 각 월급날의 다음날부터 각각 3년
퇴직금: 퇴직일의 다음날부터 3년
미지급 수당: 각 수당 지급일의 다음날부터 3년
예를 들어 2022년 10월 31일에 퇴직했다면, 퇴직금 청구권은 2025년 10월 31일까지 행사해야 합니다. 2024년 11월 현재 시점에서는 아직 1년이 남은 셈입니다.
시효가 중단된 적은 없나요?
다음과 같은 행위가 있었다면 시효가 중단되어 그 시점부터 다시 3년이 계산됩니다(민법 제168조).
내용증명으로 지급 요청을 한 경우 (최고 - 다만 6개월 내 재판상 청구 등을 해야 함)
지급 약속을 받거나 일부라도 받은 경우 (승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경우 (재판상 청구)
압류, 가압류, 가처분을 신청한 경우
💡노동청에 진정이나 고소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소멸시효가 중단되지 않습니다. 노동청 진정은 행정기관에 대한 신고로서 민법상 소멸시효 중단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소멸시효 중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지급명령을 신청해야 합니다.
"사장님한테 몇 번 카톡으로 얘기했는데 안 되더라고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명확히 지급을 요청하고 상대방이 "조금만 기다려달라" 같은 응답을 했다면 이것도 승인으로 인한 시효 중단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대화 기록을 꼭 확인해보세요.
회사가 폐업했다면 : 임금채권보장기금을 활용하세요
임금채권보장기금이란?
회사가 도산 등으로 임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국가가 일정 한도 내에서 체불 임금을 대신 지급해주는 제도입니다(임금채권보장법).
지급 대상
사업주가 파산선고, 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
사실상 도산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폐업, 사업장 소재 불명 등)
지급 범위
최종 3개월분 임금
최종 3년간 퇴직금
한도: 연령별로 차등 (30세 미만 190만원 ~ 60세 이상 350만원/월)
신청 방법과 필요 서류
신청 기한: 퇴직일로부터 2년 이내
이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소멸시효는 3년이지만, 임금채권보장기금 신청은 2년 이내에 해야 합니다. 김 씨 같은 경우 퇴직한 지 1년 정도 되었다면 아직 1년의 시간이 남아있는 것입니다.
필요 서류
체불임금등 대지급금 신청서
재직증명서 또는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이력서
임금대장, 근로계약서 사본 (있는 경우)
사업장 폐업 확인서류 (폐업사실증명, 등기부등본 등)
"회사가 망해서 재직증명서를 받을 수가 없는데요?"
이런 경우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이력서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고용보험 사이트나 가까운 고용센터에서 본인 명의로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 신청 장소: 관할 지방고용노동청
임금채권보장기금의 한계
지급 한도가 있기 때문에, 퇴직금이 수천만원이 넘는 경우 전액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나머지 금액은 별도의 법적 조치를 고려해야 합니다.
회사는 없지만 대표이사가 있다면
대표이사 개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회사 부채는 회사가 책임지는 것이고, 대표이사 개인에게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1) 근로기준법 위반 형사책임 고의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다면 대표이사를 근로기준법 제109조(벌칙) 위반으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이를 통해 대표이사가 합의를 위해 개인적으로 변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2) 상법상 대표이사의 책임 대표이사가 임무를 게을리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 제3자(근로자)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상법 제401조). 다만 이는 입증이 쉽지 않습니다.
3) 대표이사가 보증인인 경우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임금 지급을 보증하는 각서를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서류가 있다면 대표이사 개인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실전 팁: 대표이사 재산 파악
대표이사 개인에게 청구하더라도 재산이 없으면 실효성이 없습니다. 다음을 확인해보세요.
대표이사 명의 부동산 (인터넷등기소에서 열람)
대표이사 명의 차량 (차량등록사업소 조회)
대표이사 명의 금융재산 (승소판결 후 재산명시신청 가능)
회사가 아직 영업 중이라면: 단계별 대응 전략
1단계: 내용증명 발송
가장 기본이면서도 중요한 단계입니다. 내용증명은 두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심리적 압박: 법적 조치 전 최후통첩의 의미
법적 효과: 시효 중단 (다만 6개월 내 재판상 청구 등을 해야 함)
👉 내용증명 작성 시 포함해야 할 내용
근무 기간 및 직책
미지급 임금의 구체적 내역 (기간, 금액)
지급 기한 (보통 7~14일 부여)
불응 시 법적 조치 예고
2단계: 노동청 진정 또는 고소
내용증명에도 불구하고 지급하지 않는다면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이나 고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 진정과 고소의 차이
진정: 행정적 시정 요구 (노동청이 조사 후 시정지시)
고소: 형사처벌 요구 (검찰 송치 후 형사처벌 가능)
실무상으로는 진정을 먼저 제기하고, 불응 시 고소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중요한 주의사항: 노동청 진정이나 고소만으로는 소멸시효가 중단되지 않습니다.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했다면 반드시 법원에 소송이나 지급명령을 신청해야 합니다.
3단계: 민사소송 제기
👉 소액사건심판 2,000만원 이하의 금액이라면 소액사건심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절차가 간소하고 인지대도 저렴합니다.
👉 지급명령 상대방이 다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지급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서면 심사만으로 지급을 명하는 것으로, 소송보다 빠릅니다.
👉 본안소송 금액이 크거나 사실관계에 다툼이 있다면 통상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4단계: 강제집행
승소 판결을 받았다면 이를 바탕으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강제경매
급여 압류
예금 압류
동산 압류
못받은 돈 받는 방법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법적 절차를 밟더라도 증거가 없으면 승소하기 어렵습니다. 회사가 폐업한 상황에서는 특히 증거 확보가 어려우므로 다음을 최대한 확보하세요.
확보 가능한 증거 목록
1) 공적 증거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이력서: 근무 기간 입증
국민연금 가입내역: 급여 수준 추정 가능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보수월액으로 급여 추정
2) 사적 증거
급여명세서, 통장 입금내역
근로계약서
인사발령, 업무지시서 등
카카오톡, 이메일 등 업무 대화 기록
동료의 증언 (가능한 경우)
3) 간접 증거
업무 일지, 업무 보고서
출퇴근 기록 (문자, 메신거 기록 등)
회사 명함, 사원증 사본
📌 증거 수집 시 주의사항
타인의 급여명세서나 서류를 무단으로 가져오지 마세요 동료의 것이라도 본인 동의 없이 가져오면 절도죄가 될 수 있습니다. 동료가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경우는 괜찮습니다.
회사 출입이 가능하다면 본인의 인사기록카드, 근태기록 등을 열람하고 사본을 요청할 권리가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42조). 회사가 거부하더라도 열람 요구를 했다는 기록(내용증명 등)을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하지만 서둘러야 합니다.
못받은 돈을 받는 것은 결코 창피한 일이 아닙니다. 일한 만큼 정당하게 받는 것이 근로자의 권리입니다.
특히 회사가 폐업했거나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라고 해서 포기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임금채권보장기금이라는 제도가 바로 이런 상황을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임금채권보장기금: 퇴직일로부터 2년 이내
소멸시효: 각 채권 발생일로부터 3년
지금 이 글을 보시는 순간이,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습니다.
가까운 법률사무소나 고용노동청에 상담을 받으시고,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조치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망설이는 사이 정말로 받을 수 있던 돈을 놓칠 수 있습니다.
못받은 돈 받는 방법, 자주 묻는 질문
Q1. 회사가 폐업한 지 2년이 넘었는데 임금채권보장기금을 신청할 수 없나요?
안타깝게도 임금채권보장기금은 퇴직일로부터 2년 이내에 신청해야 합니다. 이 기한을 넘긴 경우 기금 지급은 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소멸시효는 3년이므로, 아직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대표이사 개인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형사고소를 하는 방법은 여전히 가능합니다. 다만 회사가 이미 없고 대표이사에게도 재산이 없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마시고 법률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Q2. 근로계약서도 없고 급여명세서도 없는데 임금을 청구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이력서나 국민연금 가입내역으로 근무 사실과 대략적인 급여 수준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통장 입금 내역,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에 남은 업무 지시 기록, 동료의 증언 등도 모두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근로관계가 있었다는 것만 입증되면, 구체적인 급여액은 여러 정황증거를 종합해서 인정해줍니다. 근로기준법상 사업주가 임금대장을 작성·보관할 의무가 있으므로, 오히려 사업주가 이를 제시하지 못하면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판단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Q3. 사장님이 "회사 돈이 없어서 못 준다"고 하는데, 정말 안 주는 게 가능한가요?
근로기준법 제43조는 "사용자는 임금을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입니다.
사업주가 고의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109조). 따라서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는 임금 미지급이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다만 실제로 회사에 현금이 없고 재산도 없다면, 법적으로는 책임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받기 어려울 수는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임금채권보장기금 제도가 있는 것입니다.
Q4. 대표이사가 바뀌었는데 전 대표한테 청구해야 하나요, 새 대표한테 청구해야 하나요?
회사 자체에 청구하는 것이므로 대표이사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현재 대표이사를 상대로 청구하면 됩니다.
다만 전 대표이사가 재직 중 고의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전 대표이사를 상대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전 대표 개인의 형사책임 문제와 회사의 민사상 지급의무는 별개입니다.
Q5. 소송하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요? 받을 돈보다 소송비용이 더 클까봐 걱정됩니다.
소액사건심판(2천만원 이하)의 경우 인지대가 매우 저렴합니다. 예를 들어 500만원을 청구한다면 인지대는 2만 5천원입니다. 송달료까지 합쳐도 10만원 이내입니다.
또한 승소하면 소송비용은 상대방이 부담하게 되고, 지연손해금(연 12%)도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본인소송).
법률구조공단을 통하면 일정 소득 이하인 경우 무료 법률 지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상담은 무료이니 일단 가까운 법률구조공단이나 고용노동청에 문의해보시기 바랍니다.
Q6. 동료들과 함께 청구하면 더 유리한가요?
네, 여러 명이 함께 청구하면 여러 면에서 유리합니다.
첫째, 증거 확보가 쉬워집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자료를 공유하면 더 완벽한 증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여러 명이 공동으로 노동청 진정이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셋째, 심리적으로 의지가 됩니다. 혼자서는 망설여지는 일도 여럿이 함께하면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다만 개인별로 근무 기간이나 퇴직 시기가 다르면 소멸시효 등 법적 상황이 다를 수 있으니, 각자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후 진행해야 합니다. 특히 노동청 진정만으로는 소멸시효가 중단되지 않으므로, 시효 완성이 임박한 경우 반드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