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밤새워 만든 기획, 한땀한땀 쌓아 올린 콘텐츠, 고객 반응 보면서 다듬어 만든 판매 구조. 그런데 어느 날 누가 그걸 그대로 가져다가 자기 브랜드로 팔고 있으면 어떨까요. 더 황당한 건, 막상 저작권으로 딱 잡으려고 하면 아이디어나 콘셉트라서 애매하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이럴 때 사람들이 제일 많이 묻습니다. 저작권이 안 되면 그냥 당해야 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저작권의 사각지대처럼 보이는 영역에서도 남이 만든 성과를 무임승차해서 돈을 벌면 성과모용행위, 흔히 성과도용으로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성과모용행위가 정확히 뭔지,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지, 처벌과 대응은 어떻게 가는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증거는 뭘 모아야 하는지까지 변호사 시선으로 정리해드릴게요.
성과모용행위 성과도용란?
법률 용어라 조금 낯설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쉽게 풀어서 설명해 드릴게요.
성과모용행위란 타인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 낸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즉,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것을 넘어, 아예 밥상을 통째로 훔쳐 가서 내가 차린 밥상인 척 장사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식재산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업자들의 권리를 보호합니다.
성과모용행위가 필요하게 된 배경
과거에는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저작권 등 정해진 지식재산권법에 등록된 것만 보호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습니다. 기술과 트렌드가 너무 빨리 바뀌다 보니 등록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기존 법으로는 보호가 어려운 새로운 유형의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유명 빵집의 인테리어, 독특한 서비스 방식, 힘들게 구축한 고객 데이터베이스 같은 것들 말이죠.
이런 무형의 노력을 누군가 얌체처럼 베껴가는데 기존 법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는 맹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현행 파목)을 신설하여, 등록되지 않은 권리라도 상당한 노력이 들어간 성과라면 보호해야 한다는 보충적 일반 조항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성과모용행위의 성립 요건
사건마다 표현은 다르지만, 실무에서 성과모용은 아래와 같은 3가지 요건으로 판단됩니다.
1) 보호할 만한 성과가 존재해야 합니다
단순한 머릿속 아이디어 수준이면 약합니다. 최소한
어느 정도 구체화되어 있고
시간, 비용, 노력 투입이 확인되고
시장에서 경쟁상 가치가 있는 성과
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획서, 시나리오, 카피테스트 자료, 운영 매뉴얼, 광고 세팅 구조, 공급처 리스트, 검증된 레시피 공정, 콘텐츠 포맷 운영 데이터 같은 것들이 여기에 걸릴 수 있습니다.
2) 상대방이 그 성과에 접근하거나 이를 이용했다는 정황이 있어야 합니다
우연히 비슷해졌다고 주장하면 싸움이 길어지죠. 그래서
제안서 전달
미팅
DM로 자료 공유
내부 직원 이동
외주 작업 과정에서 파일 전달
이런 접근 가능성이 중요합니다.
3) 무단 이용으로 경쟁상 이익을 얻고, 내 손해 또는 시장 왜곡이 발생해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무임승차입니다.
상대가 내 성과 덕분에 개발 기간을 확 줄였거나, 마케팅 비용을 아꼈거나, 이미 검증된 구조로 바로 매출을 일으켰다면 성과모용 주장에 힘이 실립니다.
성과모용행위가 문제 되는 대표 유형 TOP 7
실제로 상담에서 자주 나오는 유형들만 추려드리면 이렇습니다.
콘텐츠 포맷 도용
→ 운영 코너 구성, 전개 방식, 촬영 구성, 썸네일 패키징을 그대로 가져가 상업화
상세페이지 구성 도용
→ 섹션 구조, 카피 흐름, 비교표, 후기 배치, 장점 강조 순서까지 통째로 복제
굿즈 및 패키지 콘셉트 도용
→ 디자인 자체가 아니라 조합, 콘셉트, 시리즈 구조, 문구 운용까지 그대로 베낌
기획서 제안 후 런칭 도용
→ 회사나 거래처에 제안했는데 계약 없이 그대로 런칭해버리는 케이스
광고 세팅 및 캠페인 구조 도용
→ 타겟팅 세트, 메시지 조합, 랜딩 흐름, 전환 구조까지 따라 해서 성과만 빼가는 경우
레시피 및 공정 도용
→ 표현은 다르게 포장했지만 핵심 공정과 운영 노하우를 가져가 영업
강의 커리큘럼 및 자료 도용
→ 목차, 사례 구성, 워크북 흐름을 거의 동일하게 가져가 유료 판매
이 정도면 성과모용일 수 있다! 판단 체크포인트
제가 상담에서 빠르게 감 잡을 때 보는 체크리스트를 그대로 드릴게요.
내 성과가 파일이나 문서 형태로 존재하나요
→ 기획서, 시안, 작업 파일, 매뉴얼, 운영 로그 같은 것들
내 성과에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다는 자료가 있나요
→ 외주 계약, 견적서, 세금계산서, 작업 히스토리
상대가 내 성과에 접근할 기회가 있었나요
→ 이메일 전달, 공유 링크, 미팅 기록, DM, 제안서 제출
상대 결과물이 내 성과를 쓰지 않으면 만들기 어려운 디테일을 포함하나요
→ 핵심 구성, 흐름, 선택지, 문구 조합, 오류까지 동일하면 강력합니다
상대가 그걸로 돈을 벌었거나 벌 준비를 하고 있나요
→ 판매 페이지, 광고 집행, 입점, 예약 판매, 홍보 게시물
이 체크포인트에서 네 개 이상이 맞으면, 성과모용을 포함해서 여러 법적 카드가 열릴 가능성이 큽니다.
처벌만 되나요? 가능한 법적 조치 정리
여기서 중요한 건, 성과모용 대응은 형사만 바라보고 가면 오히려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겁니다. 실무는 보통 이렇게 갑니다.
1) 즉시 중단을 목표로 하는 가처분 또는 금지 청구
판매 중단, 게시물 삭제, 광고 중단이 급할 때가 많죠. 특히 도용 제품이 계속 팔리는 상황이면 손해가 커지니까요.
2) 손해배상 청구
상대 매출을 기준으로 하거나, 최소한 라이선스 상당액, 부당이득 반환, 내 매출 하락 등을 엮어서 산정합니다. 사건에 따라 산정 방식이 달라서 초기부터 전략이 필요합니다.
3) 경고장 내용증명 협상
초기에 잘 쓰면 굉장히 유효합니다.
중단, 삭제, 재고 처리, 정산, 재발방지 조항까지 협상으로 끝내는 케이스도 많습니다.
4) 형사 절차 가능성
사안에 따라 형사 대응을 병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형사는 입증 난이도와 수사 흐름이 변수라서, 민사 가처분과 함께 설계하는 게 실무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 이현 성공사례|대기업이 내 사진을 도용했다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사과와 합의금 받아낸 후기
입증이 전부입니다 성과모용 사건에서 증거 수집 가이드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이런 사건은 억울함이 아니라 증거로 이깁니다. 지금부터는 당장 핸드폰으로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증거 수집 방법입니다.
1) 내가 먼저 만들었다는 증거
원본 파일 psd ai ppt notion 문서 원본
파일 생성 및 수정 기록
버전 히스토리
업로드 날짜가 찍힌 게시물
외주 계약서, 견적서, 세금계산서
작업 과정이 담긴 메신저 대화
2) 상대가 접근했다는 증거
제안서 제출 메일과 첨부파일
미팅 일정, 회의록, 참석자 목록
공유 링크 기록, 열람 로그
DM로 자료 보낸 기록
외주 업체 전달 내역
3) 상대가 이용하고 있다는 증거
판매 페이지 전체 캡처 URL 포함
광고 라이브러리, 광고 캡처
입점 페이지, 가격, 옵션 구성 캡처
리뷰, 홍보 게시물 캡처
동일 구성 비교표 만들어서 정리
여기서 팁 하나 드리면, 캡처는 화면만 찍지 마시고 날짜와 URL이 들어가도록 남기세요. 가능하면 페이지 전체 캡처, 영상 캡처까지 해두면 좋고요.
자주 물어보는 질문 3개
Q1 저작권이 안 된다고 들었는데도 성과모용으로 갈 수 있나요?
가능성을 따져볼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저작권은 표현 중심이라서 막히는 케이스가 많지만, 성과모용은 남의 성과에 무임승차해 경쟁상 이익을 얻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습니다. 특히 내가 만든 자료가 구체화되어 있고 상대가 접근했다는 정황이 잡히면 빠르게 중단 조치부터 설계해볼 수 있어요.
Q2 상대가 우연히 비슷해졌다고 하면 끝 아닌가요?
우연 주장 자체는 흔한 방어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건 접근 가능성과 디테일 유사성입니다. 제안서를 보냈다, 미팅을 했다, 외주 과정에서 파일이 전달됐다 같은 접근 정황이 있으면 우연 주장은 급격히 약해집니다. 그리고 단순히 분위기만 비슷한 게 아니라 구성 흐름, 문구 조합, 선택지 설계, 오류까지 같으면 설명이 어려워지죠.
Q3 지금 당장 뭘 먼저 해야 하나요?
가장 먼저는 증거 확보입니다. 상대가 페이지를 내리면 흔적이 사라집니다. 판매 페이지, 광고, 홍보물, 캡처와 URL, 날짜를 확보하고 내 원본 파일과 작업 과정을 정리하세요. 그 다음은 중단 요구와 협상 구조를 짜는 겁니다. 초기 대응이 빠르면, 소송까지 가지 않고도 삭제와 정산으로 정리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성과를 빼앗겼을 때 제일 위험한 건 내 성과가 애매하니까 어쩔 수 없겠지 하고 포기하는 겁니다. 저작권으로 바로 잡히지 않는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남이 흘린 땀과 성과를 훔쳐서 돈을 벌면, 그 자체로 문제 삼을 길이 열려 있습니다.
지금 비슷한 일을 겪고 계시다면, 감정부터 정리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증거부터 잡으시면 됩니다. 어떤 자료가 성과로 인정될지, 어떤 법적 조치를 먼저 깔아야 손해를 줄일지, 사건마다 정답이 다르니까 상황을 기준으로 전략을 짜는 게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