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이 들고 온 서류는 두 가지였다.
9년치 체불 내역. 그리고 이미 한 번 진 소송 기록.
재판부가 했던 말이 서류 사이에 끼어 있었다.
"소멸시효가 지난 부분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의뢰인은 그 말을 듣고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왔다고 했다.
9년 묵은 임금, 정말 시효로 끝일까
사건 기록을 다시 봤다.
한빛회사(가명)가 9년 동안 급여를 한 푼도 안 준 게 아니었다. 조금씩, 띄엄띄엄 지급한 내역이 있었다. 그게 핵심이었다.
일부라도 지급한 건 채무 전체가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법적으로 채무 승인이다. 채무 승인이 있으면 소멸시효가 중단된다.
재판부가 막아섰던 3년의 벽이 사라지는 것이다. 즉, 9년치 전액 청구가 가능해진다.
의뢰인에게 전달했다. 9년치 전액을 받을 수 있다고.
그때 의뢰인이 지친 얼굴로 말했다.
"그러면 올해 안에 끝낼 수 있을까요?"
소송을 빨리 끝내고 싶다면
올해 안에 끝내려면 일반 재판은 불가능한 타임라인이었다. 변론 기일 잡고, 양측 주장 듣고, 판결까지 최소 몇 달이다.
이행권고결정 절차를 검토했다.
소액사건에서 법원이 소장을 보고 청구 내용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변론 없이 바로 회사에 지급을 명령하는 결정을 내린다. 한빛회사가 2주 안에 이의신청을 안 하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생긴다.
조건은 하나다. 한빛회사가 이의신청을 못 하게 만들어야 한다. 청구 내용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이의를 낸다. 그러면 일반 재판으로 넘어간다.
이 사건에서 그게 가능한지 살펴봐야 했다.
이행권고결정을 확정으로 만드는 증거 구성
체불 금액부터 잡았다. 9년치 2,000만 원.
의뢰인이 계산한 숫자가 아니라 한빛회사가 직접 발행한 임금 미납 내역서는 한빛회사 입장에서 이 숫자를 부정할 방법이 없다.
입사일도 짚었다. 한빛회사가 입사일을 늦게 잡아 퇴직금을 줄이려 할 가능성이 있었다. 방문판매원 활동기간 확인서로 선제적으로 막았다.
원금만 청구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상 임금 체불엔 연 20% 지연이자가 붙는다. 9년치 이자다. 처음부터 청구 취지에 넣었다.
이렇게 한빛회사 입장에서 이의신청을 해봤자 뒤집을 수 있는 게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9년의 분쟁, 42일 만에 끝나다
2025년 3월 소장을 접수했다. 같은 달 법원이 이행권고결정을 내렸다.
한빛회사는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예상한 결과였다. 한빛회사가 손댈 수 없는 구조를 먼저 만들었기 때문이다.
4월 말, 결정이 확정됐다. 소송비용 확정 신청을 별도로 진행했다. 인지대, 변호사 보수 110만 원 넘게 한빛회사에 추가 청구할 수 있는 결정을 받아냈다.
9년을 끌어온 사건이 42일로 끝났다.
의뢰인은 9년 동안 마음고생을 해온 일이 고작 42일 만에 끝났다는 사실에 허탈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래 짊어졌던 짐을 내려놓은 듯 후련해 보였다.
소송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다면
이행권고결정은 모든 사건에 쓸 수 있는 절차가 아니다. 법리적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하고, 회사가 반박할 여지가 없을 만큼 증거가 탄탄해야 한다. 그 조건을 만드는 게 먼저다.
이 사건에서 42일이 나온 건 절차 덕분만이 아니었다. 소멸시효 문제를 법리로 먼저 뚫고, 한빛회사가 손댈 수 없는 증거 구조를 짰기 때문이었다.
자주묻는질문
Q. 이행권고결정이 일반 판결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이행권고결정은 변론 기일 없이 법원이 소장을 검토한 뒤 바로 지급을 명령하는 절차입니다. 상대방이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생깁니다. 일반 재판보다 훨씬 빠르게 끝낼 수 있습니다.
Q. 이행권고결정은 어떤 사건에 쓸 수 있나요?
3,000만 원 이하 소액사건에 적용됩니다. 다만 청구 내용이 명확하고 증거가 탄탄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이의신청을 하면 일반 재판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처음부터 상대방이 반박할 수 없는 증거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Q. 상대방이 이의신청을 하면 어떻게 되나요?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이행권고결정의 효력이 사라지고 일반 재판 절차로 전환됩니다. 그래서 이의신청을 못 하게 만드는 증거 구성이 절차 선택보다 더 중요합니다.
Q. 이행권고결정으로 확정됐는데 상대방이 돈을 안 주면 어떻게 되나요?
확정된 이행권고결정은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강제집행이 가능합니다. 상대방의 재산, 통장, 부동산 등을 압류해 강제로 회수할 수 있습니다.
Q. 소송비용도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나요?
승소한 경우 소송비용 확정 신청을 통해 인지대, 변호사 보수 등을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판결 확정 후 별도로 신청해야 하며, 이 절차를 놓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위 사례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당사자 정보를 가명 처리한 콘텐츠입니다. 이행권고결정은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 구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본 내용은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유사한 상황이라도 개별 사안에 따라 적용 가능한 절차와 결과가 다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본문에 사용된 일부 이미지는 AI로 생성된 연출 컷이며, 실제 인물·사건·장소와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