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집단따돌림, 그리고 요즘 흔히 말하는 ‘맞폭(쌍방 학교폭력 신고)’. 피해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서 “당신 자녀도 가해자입니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같이 욕했다면서요”, “그날 있었던 일을 다르게 말하는 애들이 많아요”라는 말이 쏟아지면, 피해 학생과 보호자는 순식간에 가해자로 몰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많은 학교폭력·집단따돌림 사건에서, 가해 학생들이 뒤늦게 ‘맞폭 신고’를 제기하면서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고, 진짜 피해자가 “쌍방 가해자”로 취급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싸웠다”는 말 한마디로 정리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수개월, 수년 동안 이어진 집단따돌림·감금·욕설·협박이 있었고, 그 끝에서야 겨우 용기를 내 신고했다가 역으로 공격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아래 사례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수학여행 중 발생한 감금·욕설·집단따돌림을 신고했다가, 되레 가해자들로부터 ‘맞폭’ 신고를 당해 학교에서 ‘조치 없음’을 받았지만, 형사절차와 행정심판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끝까지 밝히고 있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수학여행에서 시작된 감금·집단따돌림, 그리고 맞폭 신고
선생님 욕하는 통화를 듣는 순간, 모든 게 시작됐습니다
서울 W중학교 3학년 유진(가명)은 초등학교 때부터 반장을 도맡아 하던, 말 그대로 ‘모범생’이었습니다. 중3이 되어서도 부반장으로 친구들 사이 신뢰가 두터웠죠. 반면, 같은 반 하은(가명), 서연(가명) 등 일부 친구들은 평소 선생님과 친구들 뒤에서 험담과 욕설을 서슴지 않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수학여행 둘째 날 밤, 유진은 담임교사와 이야기하다가 우연히 복도 쪽에서 들려오는 통화를 듣게 됩니다. 하은과 하은의 어머니가 담임 선생님을 향해 “미친 X”, “장애”, “신고한다”는 표현까지 쓰며 격하게 비난하고 있었던 겁니다. 학급 임원으로서 늘 교실 분위기를 걱정하던 유진은, 이 상황이 너무 충격적이면서도 안타까웠습니다. ‘이대로 넘어가면, 선생님은 얼마나 상처를 받을까’라는 마음에 그날 밤 친구 9명과의 영상통화(페이스타임)에서 이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하은이랑 어머니가 선생님 욕을 심하게 하더라”는 정도의 이야기였습니다. 유진 입장에서는 담임을 위로하고, 앞으로 반 분위기를 바로잡고 싶었던 ‘상담’에 가까운 대화였지만, 이 대화가 이후 학교폭력·집단따돌림·맞폭 사태의 도화선이 됩니다.
다음 날, 저는 수학여행 숙소 방에 감금됐습니다
다음 날 아침, 식사가 끝난 직후. 전날 통화 내용을 알게 된 하은과 서연은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할 말 있으니까 올라와.” 유진은 오해를 풀고 싶다는 마음에 방으로 가겠다고 답했고, 그렇게 해서 수학여행 숙소 608호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방에 들어가는 순간, 미닫이문이 닫히고 나가는 길이 막혔습니다. 방 안에는 하은, 서연, 그리고 또 다른 친구 한 명까지 총 3명이 유진을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네가 어제 무슨 말 했는지 다 알아”, “왜 허위사실 퍼뜨려?”, “미친 X, 썅년, 씨X…”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욕설과 추궁이 이어졌습니다. 유진은 손발이 떨려서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려운 상태였고, 울면서 “미안해, 미안해”만 반복했습니다.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그 분위기에서 “나갈게”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는 상황. 법원과 수사기관이 말하는 ‘심리적·무형적 감금’이 그대로 구현된 장면이었습니다. 이때의 상황은 숙소 CCTV 시간대(약 17분)로도 확인되었습니다.
학교로 돌아온 뒤엔,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가 됐습니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뒤부터는 본격적인 집단따돌림이 시작됐습니다. 복도 한가운데서, 교실에서, 점심시간마다 하은과 서연은 “유진이가 누구 학폭당했다고 소문 냈다더라”, “선생님 욕을 우리가 한 것처럼 지어냈다더라”는 식으로 말하며 다른 친구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야, 사실이야? 네가 그런 말 했다며?” 수많은 친구들 앞에서 유진은 또다시 둘러싸였습니다. 그 자리에서조차 “씨X”, “지X하지 마” 같은 욕설이 쏟아졌고, 유진은 또다시 울면서 “그렇게 말하려던 게 아니었다”고 해명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남학생들은 “쟤는 맨날 피해자인 척한다”, “우리도 너 학교폭력으로 신고할 거야”라고 공공연히 말하며 2차 가해를 이어갔습니다.
결국 유진은 학교폭력·집단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학교에 정식으로 신고를 했고, 그 직후 가해 학생들은 일제히 ‘맞폭 신고’를 쏟아내며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보복성 맞폭신고로 ‘조치 없음’…벼랑 끝에서 형사 절차로 반전을 만들다
첫 결과는 절망적이었습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증거가 부족하다", "쌍방 다툼이다"라는 이유로 가해 학생들에게 ‘조치 없음’ 결정을 내렸습니다. 억울함을 풀기 위해 제기한 행정심판마저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도권 내의 학교폭력 절차에서는 유진이의 피해가 인정받지 못한 것입니다.
변호인인 저조차도 "객관적인 증거가 상당히 부족하여 쉽지 않은 사건"이라고 판단할 정도였기에, 이대로라면 유진이는 억울하게 가해자들과 같은 취급을 받으며 사건이 종결될 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형사 사법 절차’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습니다.
가정법원 소년재판부는 기록을 검토한 뒤, 학교나 행정심판 위원회와는 완전히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통상적으로 학교폭력 절차에서 '조치 없음'이 나오고, 강력범죄(강간 등)가 아닌 '단순 모욕' 사안인 경우 소년부 보호처분으로 끝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담당 판사는 사건의 내용을 확인한 후 강한 불쾌감을 표했습니다. 비록 물리적 증거는 부족할지라도, 피해 학생을 향한 모욕의 정도와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 결과, 법원은 이례적으로 소년법 제49조 제2항에 따라 사건을 검찰로 송치(형사사법정 송치)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판부 관계자에 따르면, 담당 판사는 "가해 학생 측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엄벌에 처하겠다"는 취지의 언급까지 했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학교폭력 절차와 행정심판에서는 '무혐의' 처분이 났지만, 더 강력한 권한을 가진 형사 절차에서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정받아 상반된 결과를 이끌어낸 것입니다. 이는 실무적으로도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매우 드문 사례였습니다.
불리한 증거 상황을 뒤집은 '선택과 집중' 전략
이 사건은 CCTV나 직접적인 폭행 흔적 등 객관적 증거가 부족했기에, 단순히 "내가 피해자다"라고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습니다. 이현의 변호사는 학교폭력 위원회의 판단에 연연하기보다, '죄질의 불량함'을 형사 재판부에 강력하게 어필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첫째, 증거가 부족함을 인정하되, '진술의 구체성'으로 승부했습니다.
물리적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억지로 증거를 만들려 하기보다, 유진이의 진술이 얼마나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반면 가해자들의 변명은 얼마나 모순되는지를 논리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둘째, '단순 모욕'이 아닌 '인격 살인'임을 강조했습니다.
법적으로는 '단순 모욕' 사건으로 분류되지만, 그 내용이 교사에 대한 패륜적 욕설에서 시작되어 친구를 감금하고 집단적으로 조롱하는 형태로 번졌다는 점, 이것이 단순한 청소년의 비행을 넘어선 악질적인 괴롭힘이라는 점을 재판부에 호소했습니다. 이것이 판사의 마음을 움직여 '검찰 송치'라는 이례적 결정을 이끌어낸 핵심이었습니다.
변호사가 없었다면 의뢰인이 겪었을 불이익
이 사건과 유사한 학교폭력·집단따돌림·맞폭 사건에서, 변호사의 도움 없이 혼자 싸우게 되면 어떤 불이익을 겪을 수 있을까요.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상황을 자주 마주합니다.
1) 영구적인 '쌍방 과실' 혹은 '무혐의' 종결
학교와 행정심판에서 모두 '조치 없음'이 나왔으므로, 형사 절차까지 가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생활기록부에 남았을 것입니다.
2) 형사 재판부의 '이례적 판단'을 이끌어내지 못함:
소년재판부 판사가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검찰로 송치하게 만든 것은, 변호인이 법리적으로 사건의 악랄함을 제대로 짚어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의 조력 없이는 단순 훈방이나 가벼운 보호처분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3) 학교·교육청·경찰·검찰·행정심판 등 여러 절차를 동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보호자가 심리적으로 완전히 소진됩니다.
학교폭력은 단순 분쟁이 아니라, 자녀의 정신건강·학업·진로가 걸린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각 기관에서 요구하는 서류 형식과 기한, 진술 방식은 복잡합니다. 법률 전문가가 옆에서 사건의 방향을 잡아주지 않으면, 정작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고 감정적인 호소에만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는 종종 “조치 없음” 혹은 “쌍방 과실”입니다.
📌 학폭 맞폭으로 피해자가 가해자 되는 상황에서 대응하기
자주 묻는 질문
Q1. 가해 학생들이 맞폭(쌍방 학교폭력 신고)을 해서, 우리 아이도 가해자로 조사받고 있습니다. 그래도 ‘일방적 피해자’로 판단받을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전체 기간 동안의 언행, 힘의 불균형, 반복성과 조직성, 2차 가해 여부 등입니다. 수개월간 집단따돌림·욕설·협박을 당하다가 참다 못해 한두 번 반응한 피해자까지 ‘동일선상 가해자’로 보는 것은 법과 판례의 입장과도 맞지 않습니다. 다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와 논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초기에 변호사와 함께 구조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2.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이미 ‘조치 없음’이 나왔는데, 뒤집을 수 있나요?
바로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학교폭력위원회 결정에 대해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그 사이에 진행된 형사 수사 결과(예: 가해자에 대한 기소·소년보호사건 송치 등)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당초 학교 결정이 사실관계를 오인한 것”이라고 다툴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학교는 제한된 자료와 시간 안에서 결론을 내리는 반면, 수사기관은 훨씬 폭넓은 증거를 검토합니다.
Q3.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는데, 형사고소까지 꼭 해야 하나요?
모든 사건에 형사고소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감금, 반복적 욕설·협박, 강제적인 심부름, 신체폭력, 심각한 사이버불링 등은 형사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수사기관의 판단은 이후 행정심판·민사상 손해배상 등에서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우리 아이가 너무 힘들어해서, 이대로 넘어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학교 절차와 형사 절차를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Q4. 이미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합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뭘 할 수 있을까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학교를 떠났다고 해서 과거 학교폭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형사상 책임 추궁, 손해배상 청구, 학교·교육청을 상대로 한 행정구제 등은 별도로 가능합니다. 오히려 정확한 법적 평가를 받아 두는 것이, 아이가 “그래도 내가 억울한 상황에서 끝까지 싸웠다”는 경험을 가지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5. 변호사를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나요?
가능하다면 “처음 학교폭력 신고를 고민하는 단계”에서 상담을 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늦어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 혹은 ‘맞폭’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이미 결정이 나온 뒤라도 행정심판·형사 절차 등으로 충분히 대응할 여지가 있으니,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상담을 요청해 보셔도 됩니다.
당신 자녀는 가해자가 아니라, 끝까지 싸운 피해자입니다.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맞폭 신고까지 겹친 사건에서 피해자와 보호자는 쉽게 자신을 의심하게 됩니다. “우리 아이도 잘못한 게 있는 건 아닐까”, “여기서 더 싸우면 아이가 더 힘들어지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 때문에, 많은 분들이 중간에 포기합니다. 하지만 사건을 깊이 들여다보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사실을 밝혔을 때 비로소 회복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수학여행·단체 채팅방·교실 복도에서의 감금·욕설·집단따돌림·맞폭 상황이 떠오르셨나요? 그렇다면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마시고, 학교폭력 사건을 다뤄본 전문가와 상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법무법인 이현와 같은 학교폭력·청소년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는, 단지 “법률 대리인”이 아니라 아이와 보호자의 편에서 끝까지 함께 가는 동반자이기도 합니다.
당신과 자녀는, 이 일을 겪을 만큼 약하거나 잘못된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법과 제도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일 뿐입니다.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조력을 받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