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실무 TIP
집행관들이 현장에 왔을 때, 쌀통을 열어보거나 냉장고 속 김치 통 개수를 세어가며 “이건 2개월 치가 넘으니 가져가겠다”고 하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냉장고(가전제품) 자체에는 딱지를 붙일 수 있어도, 그 안에 들어있는 반찬이나 쌀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실무의 불문율입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지난 글에서 배우자 우선매수권을 통해 가재도구를 지키는 법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이렇게 토로하시는 의뢰인분들이 계십니다.
“변호사님,
우선매수할 현금조차 없습니다.
당장 내일 덮고 잘 이불까지 뺏기면
저희 가족은 어떻게 합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대한민국 법은 채권자의 권리도 보호하지만, 채무자 및 그 가족의 최저 생활 보장과 직업 활동 유지를 위해 일정한 물건에 대한 압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집행관이라 해도 원칙적으로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오늘은 민사집행법 제195조 등이 규정하고 있는 법적 압류금지 물건 리스트를 명확히 짚어드리겠습니다.
2025년 1월 3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현행법을 기준으로 설명드리니, 집에 빨간 딱지가 붙기 전에 이 리스트를 꼭 확인해보세요.
빚을 갚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먹고 자는 생존권보다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법은 다음 물건들에 대한 압류를 금지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용품입니다. 채무자와 그 친족(사실혼 포함)의 생활에 필요한 의복, 침구, 가구, 부엌기구(식기, 냄비 등), 그 밖의 생활필수품은 압류가 금지됩니다.
따라서 당장 덮고 잘 이불이나 밥을 해 먹을 냄비에 딱지를 붙일 수는 없습니다.
당장 굶을 수는 없기에, 채무자 등의 생활에 필요한 2월간의 식료품·연료 및 조명재료는 압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냉장고 안에 있는 모든 음식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포함되는 것 (압류 불가)
주식: 쌀, 잡곡, 밀가루, 라면 등
필수 부식: 김치, 고추장/된장 등 장류, 기본적인 반찬거리
식수: 생수 등 마실 물
포함되지 않을 수 있는 것 (압류 가능성 있음)
고가 주류: 양주, 와인 등 수집용으로 가치가 있거나 생계와 무관한 고가의 술
대량의 기호식품: 생존 필수품이라기보다 사치품에 가까운 고가의 건강식품이나 대량의 재고 등은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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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실무 TIP
집행관들이 현장에 왔을 때, 쌀통을 열어보거나 냉장고 속 김치 통 개수를 세어가며 “이건 2개월 치가 넘으니 가져가겠다”고 하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냉장고(가전제품) 자체에는 딱지를 붙일 수 있어도, 그 안에 들어있는 반찬이나 쌀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실무의 불문율입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물건 뿐만 아니라 현금도 보호받습니다.
채무자 등의 생활에 필요한 1월간의 생계비로서, 법령이 정한 185만 원까지의 금전은 압류가 금지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이 185만 원은 집에 있는 현금과 통장 잔고(예금)를 합친 금액을 말합니다. (민사집행법 시행령 제2조)
쉽게 말해, 내 수중에 있는 돈의 총합계가 185만 원까지만 보호된다는 뜻입니다.
통장이 텅 빈 경우
통장 잔고가 0원이라면, 집에 있는 현금 185만 원 전액을 지킬 수 있음
통장에 100만 원이 있는 경우
이미 통장에서 100만 원이 보호받고 있으므로, 집에 있는 현금은 85만 원까지만 보호.
통장에 185만 원 이상이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집에 있는 현금은 단 1원도 보호받지 못하고 압류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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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류 금지 최저생계비와 개인회생 시 최저생계비는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
압류금지 최저생계비 : 부양가족 수와 무관하게 185만 원으로 고정
개인회생 시 최저생계비 : 부양가족 수, 연령, 거주지역 등을 고려하여 법원이 개별적으로 결정
👉 개인회생 시 최저 생계비는 따로 정리해두었으니, 필요하신 분들은 확인해보세요.
몸이 불편한 분들의 손발이 되는 물건을 압류하는 것은 비인도적인 처사입니다.
신체보조기구 : 안경, 보청기, 의치(틀니), 의수족, 지팡이, 휠체어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보조기구는 압류할 수 없습니다.
장애인 차량 : 자동차관리법에 따른 장애인용 경형자동차는 필수 이동 수단으로 보아 압류가 금지됩니다.
빚을 갚으려면 일을 해야 하고, 자녀들은 공부를 해야 미래가 있습니다.
법은 채무자의 생계 수단을 보호합니다.
전문직/기술자 : 법조인의 법복이나 기술자의 공구처럼, 자신의 정신적·육체적 노동으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제복, 도구 등은 압류할 수 없습니다.
농/어업 종사자 : 농기구, 비료, 가축, 어망, 미끼 등 생업에 필수적인 물건도 보호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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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tip
: 단순히 농기구라고 다 되는 것은 아니며, 영농 규모 등을 고려해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인지 판단하게 됩니다.
자녀의 교육권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학교, 교회, 사찰 등 교육기관이나 종교단체에서 사용하는 교과서, 교리서, 학습용구는 압류 금지입니다.
자녀의 공부방에 있는 책상이나 컴퓨터가 학습용임이 명백하다면 집행관에게 강력히 어필해야 합니다.
인강용 pc와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고가의 미술 화구 세트 등
성경책, 불경, 찬송가, 묵주, 교리 공부를 위한 서적 등
전자사전, 어학 학습기
공업고등학교/마이스터고 학생의 실습용 공구 세트
미공표 저작물 :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공표되지 않은) 저작물이나 발명품 관련 물건도 압류할 수 없습니다.
도장 및 장부 : 인감도장, 문패, 간판, 일기장, 상업장부 등은 생활이나 직무에 필수적이므로 압류 대상이 아닙니다.
시장 가치는 있을지 몰라도, 조상을 모시는 물건이나 명예와 관련된 물건은 압류하지 않는 것이 법의 배려입니다.
제사/예배 용품 : 위패, 영정, 묘비, 제사 도구 등 상례·제사 또는 예배에 필요한 물건은 압류할 수 없습니다.
명예 증표 : 훈장, 포장, 기장 등 명예를 상징하는 물건도 금지 대상입니다.
선조 숭배 : 족보, 집안의 역사적 기록, 사진첩 등도 포함됩니다.
만약 선생님의 채무가 일반 빚이 아니라 국세나 지방세 체납 때문이라면, 국세징수법이 적용되어 기준이 약간 달라지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식료품/연료 : 민사집행법은 2개월분이지만, 국세 체납 압류는 3개월분까지 보호해줍니다.
예금 잔액 : 민사집행법상 압류 금지 생계비는 185만 원이지만, 체납 처분 시 예금 압류 금지 기준은 개인별 잔액 250만 원 미만입니다. (2024. 2. 29. 개정)
집행관도 현장에서 수많은 물건을 다루다 보니, 실수로 압류 금지 물건에 딱지를 붙이는 경우가 간혹 발생합니다.
법적으로 압류 금지 물건에 대한 압류는 무효입니다.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당황하지 말고 다음과 같이 대처해보세요.
증거 확보 : 해당 물건이 생계나 직업에 필수적이라는 증거(재직증명서, 학습 용도 사진, 장애인 차량 등록증 등)를 준비하세요.
취소 신청 : 집행법원에 압류금지물건 압류취소 신청(민사집행법 제196조)을 하거나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법에는 항상 예외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민사집행법 제196조도 마찬가지에요.
법원이 심판관 역할을 하여 이 리스트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밥숟가락은 압류 금지지만, 만약 그것이 순금 숟가락이라면?
지병이 있어 고가의 의료 장비가 필요하다면?
원칙적으로 의복은 압류 금지지만,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의류라면?
장애인용으로 등록된 차는 아니지만, 가족 중 중증 환자가 있어 병원 통원 치료를 위해 차량이 꼭 필요하다면?
가구는 압류 대상이 아니지만, 예술품으로 인정받는 고가구라면?
첼로, 피아노 등의 고가 악기는 압류 1순위이지만, 자녀가 음대를 준비하고 있다면?
결국 기준은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인가입니다.
채권자가 “저건 너무 과하다”라고 하거나, 채무자가 “이건 없으면 죽습니다”라고 호소할 때, 법원은 유연하게 리스트를 조정한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집에 붙은 빨간 딱지가 너무 수치스럽고 화가 나서 그냥 확 떼어버리면 안 되냐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심지어 가족들이 모르게 하려고 몰래 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33년 차 변호사로서 단호하게 말씀드립니다. 절대로 건드리지 마세요.
빨간 딱지는 단순한 스티커가 아니라 국가의 공권력 그 자체입니다.
이를 훼손하는 순간, 단순 채무 불이행을 넘어 형사범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압류표지를 함부로 찢거나, 떼어내거나, 혹은 효력을 잃게 만드는 행위는 형법상 엄중한 처벌 대상입니다.
강제집행면탈죄 (형법 제327조)
강제집행을 피할 목적으로 압류표지를 훼손하거나 은닉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공용서류등무효죄 (형법 제141조)
압류표지는 공무소(법원)에서 사용하는 문서로 간주됩니다.
이를 손상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형사 처벌뿐만 아니라, 민사적으로도 상황은 더 악화될 뿐입니다.
손해배상 책임
만약 딱지를 떼어내 제3자가 압류 사실을 모르고 물건을 가져가게 되면, 채권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민법 제750조).
실효성 없음
딱지를 뗀다고 압류가 풀리는 것이 아닙니다.
집행관은 재압류 절차를 통해 다시 딱지를 붙이러 옵니다.
결과적으로 집행 비용만 늘어나고, 집행관에게 '고의적인 방해'로 찍혀 추후 절차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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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당부
: 압류가 부당하다면 앞서 말씀드린 압류취소 신청이나 제3자이의의소 등 법적 절차(민사집행법 제16조, 제48조)를 밟아야지, 물리력을 행사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순간의 화를 참으셔야 가족을 지킬 수 있습니다.
오늘 말씀드린 압류금지 물건 리스트와 주의사항은 당장의 태풍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우산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씀드려 가재도구 몇 개를 지키거나 빨간 딱지를 보고만 있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유체동산 압류까지 들어왔다는 것은 이미 채무 상황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신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압류된 물건을 지키는 수준을 넘어, 채무 자체를 탕감받고 경매 절차를 중단시키는 개인회생의 모든 것에 대해 직접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다음 단계] 개인회생 신청하면 유체동산 경매 바로 멈출 수 있을까? (팩트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