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인 내 탓이라며 돈을 깎겠다고요? 과실상계, 억울하게 당하지 않는 법
"분명 가해자는 저 사람인데, 왜 제가 돈을 덜 받아야 하죠?"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라면, 아마 보험사 직원이나 상대방 변호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으셨을 겁니다.
"선생님께서도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니 30%는 과실상계됩니다."
피해를 입은 것도 서러운데, 내 실수 때문에 보상금을 깎겠다니요.
밤잠 설치며 억울해하고 계실 심정, 누구보다 잘 압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의 지갑을 털어가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과실상계 공격을 무력화시키고 여러분의 정당한 배상금을 지켜낼 전략을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설명하듯 풀어드리겠습니다.
💡 정신적 손해배상, 마음의 상처만 주장하면 50만 원 받고 끝납니다
💡 교통사고 후유장해 합의금, 20·30대가 일실수입에 목숨 걸어야 하는 이유
상대방 잘못인데, 피해자 탓을 해도 되나요?
상대방이 뻔뻔해서가 아닙니다. 민법 조항 하나를 믿고 들어오는 공격입니다.
채무불이행(손해배상)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
법은 기본적으로 "공평의 원칙"을 중시합니다.
손해가 발생한 데에 피해자의 약한 부주의라도 있었다면, 가해자가 모든 짐을 지는 건 가혹하다는 논리죠.
교통사고 과실 비율 몇대몇? 이것도 과실상계입니다.
여러분이 흔히 듣는 "8 대 2", "9 대 1"이라는 과실 비율 싸움이 바로 내 돈을 지키느냐, 뺏기느냐 하는 과실상계의 전쟁터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전체 손해액(합의금)이 1억 원인데 내 과실이 30% 잡힌다면, 앉은 자리에서 3천만 원이 공제된다는 뜻입니다.
과실상계 3단계 계산과정
법원이 돈을 계산할 때는 순서가 있습니다. 이 순서를 모르면 "왜 위자료가 이것밖에 안 되나요?"라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총 손해액 확정 : 먼저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지 않고, 이번 사고로 발생한 모든 금전적 손해를 합산합니다.
적극적 손해: 이미 지출한 치료비, 수리비, 간병비 등
소극적 손해: 사고 때문에 일하지 못해 못 번 돈 (일실수입)
정신적 손해: 위자료
과실 비율 결정 : 재판 변론 과정을 통해 원고(피해자)와 피고(가해자)의 책임 비율을 정합니다. (예: 피해자 30%, 가해자 70%)
과실상계 적용 : 확정된 총 손해액에서 피해자의 과실 비율만큼을 통째로 공제합니다.
$$ 최종 배상액 = (총 손해액 \times (1 - 피해자 과실 비율)) + 위자료^* $$
식당에서 뜨거운 국물을 쏟았다면?
이해를 돕기 위해 교통사고가 아닌 일반적인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상황: 식당 알바생이 국물을 쏟아 손님(A씨)이 화상을 입음.
피해: 치료비 500만 원 + 일을 못한 손해 500만 원 = 총 1,000만 원
변수: 당시 손님 A씨가 통로 쪽으로 다리를 길게 뻗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음.
법원의 판단
"알바생의 부주의가 크지만(70%), 좁은 통로에 다리를 뻗어 사고를 유발한 손님에게도 30%의 책임이 있다."
계산 결과
총 손해: 1,000만 원
내 과실: 30% (300만 원 감액)
최종 판결금: 1,000만 원 × 0.7 = 700만 원
사기당했는데 제 탓이라니요? A씨의 반격
의뢰인 A씨는 지인의 권유로 투자했다가 1억 원을 날린 상황이었습니다. 상대방 변호사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A씨도 투자 설명서를 꼼꼼히 읽지 않은 '과실'이 있으니 30% 감액된 7천만 원만 배상하겠다."
A씨는 자책하며 합의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구체적인 방어 전략이 숨어있습니다.
사건 기록을 검토한 결과, 상대방이 A씨에게 보여준 수익률 데이터가 처음부터 조작된(고의) 것임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의 과실을 적극 이용했다면?
법원에서 이 사건은 단순 투자가 아닌 기망행위에 의한 고의적 불법행위이므로, 상대방의 과실상계 주장을 배척하고, 손해액 1억 원 전액 배상 판결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A씨가 혼자 대응했다면 앉은 자리에서 3천만 원을 날릴 뻔한 사건이었던 것이죠.
상대방의 과실상계 공격, 어떻게 방어할 수 있을까요?
과실상계 공격을 막아내는 3가지 방어막 (핵심 전략)
인터넷에 떠도는 일반론은 잊으십시오. 실무에서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방어 논리 3가지를 공개합니다.
① "고의로 저지른 범죄? 과실상계는 어불성설!"
만약 여러분이 사기, 횡령, 폭행 등 상대방의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었다면? 이때는 상대방이 "당신도 조심했어야지"라고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해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책임을 감해달라고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명확히 판결했습니다.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나, 이는 그러한 사유가 있는 자에게 과실상계의 주장을 허용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다32999 판결
Tip: 상대방 행위에 '고의성'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십시오. 고의가 입증되는 순간, 과실상계 주장은 힘을 잃습니다.
② 계약 해제로 내 돈 돌려받을 땐 적용 안 된다
손해배상이 아니라, 계약이 무효/해제되어 원상회복(내가 준 돈 돌려내)을 청구하는 상황이신가요?
이때는 과실상계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계약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은 부당이득 반환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과실이 있든 없든 받은 돈 전액을 돌려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상대방이 "당신 과실 20% 제하고 돌려주겠다"고 하면, 이는 법적으로 근거 없는 억지입니다.
③ 구조적으로 피할 수 없었던 사고임을 증명하라
과실상계가 인정되려면 피해자에게 사리분별 능력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피할 수 있었음에도 피하지 못한 과실이 있어야 합니다.
"그 상황에서는 F1 레이서가 왔어도 피할 수 없었다." (불가항력)
"전문가가 작성한 서류라 일반인인 나는 오류를 발견할 수 없었다."
위와 같이 여러분의 부주의가 아니라, 상황적 불가피성을 강조해야 과실 비율을 0%로 만들거나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인 척하는 가해자 역공하기
오히려 상대방(가해자)의 중과실 또는 고의를 찾아내면, 내 과실을 0으로 만들거나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다음 항목들을 체크하십시오.
상대방이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켜지 않고 진입했는가? (진로 변경 의무 위반)
상대방이 제한 속도를 20km/h 이상 초과했는가? (중과실 적용)
사고 지역이 스쿨존이나 횡단보도 인근인가? (보행자 보호 의무 강화 구역)
기계 끼임 사고에서 덮개(방호 장치)를 귀찮다고 제거하고 작업시킨 경우.
수영장 배수구에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안전망을 설치하지 않은 경우.
법적으로 안전 관리자가 상주해야 하는 위험 작업 현장에 관리자를 두지 않은 경우.
엘리베이터나 가스 시설 정기 점검을 누락하거나, 불합격 판정을 받고도 운행을 강행한 경우.
화재 경보기 오작동이 시끄럽다며 스프링클러 밸브를 잠가둔 관리소.
천장에서 물이 샌다고 수차례 민원을 넣었으나, "예산 없다"며 방치하는 경우
용접 작업장 주변에 스티로폼이나 기름걸레 등 불이 잘 붙는 물질을 치우지 않은 경우
수술 부위가 왼쪽인데 오른쪽을 절개한 경우.
환자의 혈액형을 확인하지 않고 수혈한 경우.
약물 알레르기가 있다고 차트에 적혀 있는데도 해당 약물을 투여한 경우.
은행 직원이 신분증 사진과 실물이 명백히 다른데도 대출을 실행해 준 경우.
이러한 상대방의 명백한 과실이 입증되면, 법원은 피해자의 사소한 부주의는 묵인하고 상대방에게 100%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실 비율 10% 차이가 배상금 수백, 수천만 원을 좌우합니다.
상대방 보험사나 변호사는 협상의 프로들입니다. 그들은 여러분이 지쳐서그래, 이 정도면 됐어라고 포기하는 순간만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과실 비율 10% 차이가 배상금 수백, 수천만 원을 좌우합니다.
상대방이 주장하는 과실 비율에 절대 섣불리 동의하거나 서명하지 마십시오.
지금 즉시 여러분의 사건이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인지, 혹은 불가항력적 상황이었는지를 분석해야 합니다.
인터넷 정보만 믿고 "대충 반반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다간, 정당하게 받아야 할 치료비와 피해 복구비용조차 못 건지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중과실, 어떻게 입증할까?
역공을 위한 상대방의 중과실을 주장하려면 이건 실수가 아니라, 사고가 나라고 고사를 지낸 수준이다라는 점을 부각해야 합니다.
매뉴얼/규정집 확보: 해당 업종의 표준 작업 지침서나 안전 관리 매뉴얼을 구해서, 상대방이 지키지 않은 항목을 형광펜으로 칠하십시오.
과거 기록 조회: 사고 이전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는지, 민원 내역이나 수리 요청 내역을 확보하십시오.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증거)
전문가 의견서: 해당 분야(건축, 의료, 소방) 기술사의 소견서를 받아 "이 정도면 전문가로서 현저히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확인을 받으십시오.
지금 겪고 계신 사고 상황을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발생했는지 3줄로 요약해 주시겠습니까?
그 행위가 단순 과실(경과실)인지, 판례상 중과실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안인지 즉시 판단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