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사례는 저희 이현에서 직접 수임하여 처리한 사건으로, 의뢰인 특정 방지를 위해 일부 각색되었습니다. 성인 성본 변경을 허가받은 의뢰인을 A라고 칭하겠습니다
악연의 고리 끊기
A의 기억 속 친부는 폭력적이었고 엄마는 당했고 코찔찔이에 불과한 A는 무력했다. A에게 조각으로 남아있는 기억 중 하루는 엄마가 친부에게 심각한 폭행을 당했다. 5살 즈음, 아마도 이혼을 얘기한 날이지 싶다.
“해. 이혼해! 대신 애새끼는 놓고 가!”
소리 지르며 행패 부리는 친부의 말에 A는 악을 쓰며 엄마에게 달라붙었던 자신을 기억한다.
“엄마, 엄마 안돼. 엄마 나 두고 가지 마. 엄마, 엄마..”
A는 어른들의 사정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언젠가부터 엄마와 둘이 살게 되었다고 회상한다. 지금의 아빠를 만나게 된 것은 둘이 사는 삶에 익숙해졌을 무렵. A의 짧은 인생에서 다정한 남자 어른은 처음이었다.
어느 날, A는 굉장히 아팠다. 밤새 토하고 열이 올라 정신이 없었고, 엄마는 울고 있었다. 그렇게 정신이 없는 두 여자를 추슬러서 응급실에 데려간 건 지금의 아빠다. 그날 그는 밤새 자리를 지켰고, 나중에 A가 성인이 된 이후에 이렇게 말했다.
“그날이야. 내가 네 아빠가 되어 너를 지켜줘야겠다고 마음먹은 날이. 껄껄”
하지만 A와 A의 엄마에게는 친부의 그림자가 짙게 남아있었다. 아니, 법률적 한계가 남아있던 걸까. 아이의 성을 바꾸기 위해서는 친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A의 어머니는 혹여 친부에게 연락이 가 지금의 평화가 깨어질까 두려워 성을 바꾸지 못했다고 한다.
그 마음은 A도 마찬가지였다. 기억이 얼마 없는 그녀조차 20대 중반을 넘어서 ‘친부를 마주하더라도 괜찮다’는 용기가 생겼다. 그제야 성씨를 개명할 방법을 찾아보고, 변호사를 찾았다.
성본 변경의 과정
의뢰인 A와 겪었던 성본 변경 과정은 약 3개월이었다. 그 과정을 낱낱이 공개한다.
D-day : 성과 본의 변경허가 심판 청구서 접수
D+10 : 친부 동의서 미포함으로 보정 명령받음
D+24 : 소명 자료 제출
D+32 : 의뢰인 진술서를 포함한 보정서 추가 제출
D+51 : 심문 기일이 정해졌고, 해당 심문 기일에 소환하겠다는 소환장 수령
D+75 : 심문 기일. 의뢰인이 직접 참석해야 함. 신분증 필수.
D+80 : 심판 결과가 나옴. 변경 허가!!
D+82 : 심판문 정본 수령
A는 친부를 마주할 용기를 냈다고 했지만, 가정폭력 가해자를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다. A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친부 동의서 없이 최대한 소명을 해보고자 했고, 무사히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성인 성본 변경을 위하여
성본 변경의 법적 요건은 민법 제781조 제6항에서 다루고 있다.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부, 모 또는 자녀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다.”
여기서 성인의 성본 변경이 어려운 이유를 알 수 있다. ‘자녀의 복리’라는 말 때문인데, 쉽게 ‘자녀 본인의 최고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이해할 수 있다. 성인이라면 이미 사회적 관계가 많이 형성되어 있을 것이고, 실생활에 이름이 걸림돌이 된다고 보기엔 너무 잘 살아왔다는 거다.
“이제 와서 이름을 바꾸는 게 정말 너에게 도움이 돼?”
성인성본변경 신청인이 채무, 범죄와 관련해 문제가 없다는 전제하에, 판사는 위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청구서를 원할 것이다.
A는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아빠에게 감사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말한다. A와 아빠는 현재 같이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자는 힘들면 안 된다며 힘쓰는 일은 다 도맡는다고 한다. 환갑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제라도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려 하는데, 그 시작이 아빠의 성으로 바꾸는 일이었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 성씨 개명을 하는 것이 분명 쉬운 길은 아니다. 하지만 판사가, 법원이 납득 가능하도록 설득할 수만 있다면 그리 어려운 길도 아니다. 단, ‘주관적 이유’를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하기에 법률적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 진행하는 것은 기각되는 지름길이라는 것만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