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 대마를 너무 쉽게 구하고 마약사범 된 후기

21살에 마약 초범, 기소유예는 받았지만..
Aug 22, 2024
액상 대마를 너무 쉽게 구하고 마약사범 된 후기

본 사례는 저희 이현에서 직접 수임하여 처리한 사건으로, 의뢰인 특정 방지를 위해 일부 각색되었습니다. 마약 초범으로 기소유예를 받은 의뢰인을 Y라고 칭하겠습니다

변명은 아니고

Y에게 인생은 하드모드 게임과 같았다. Y가 기억하지도 못할 만큼 어린 나이에 친부와 엄마는 헤어졌다. 어머니는 열심히 살았지만 돈벌이는 쉽지 않았고, 학창시절 Y에게 ‘가난한 집 아이’ 라는 꼬리표는 항상 붙어 다녔다.

Y가 중학생이 됐을 무렵, 엄마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 ‘아빠’라는 자리가 채워졌지만, 집안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없었고 결국 고등학생 Y는 자퇴 후 돈을 벌기로 결심했다. 아르바이트를 2~3개 씩 하며 한 푼 두 푼 모았고, 그 돈으로 부모님 장사 밑천을 마련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꿈꿀 그런 순간, Y는 우울감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고맙다, 대단하다는 칭찬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몇 년 간 열심히 살아온 게 부질없게 느껴졌다.

“앞으로도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

쉬워도 너무 쉬웠던 마약 구매

현타가 강하게 찾아왔던 그 무렵 어느 날, Y는 자취하는 방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불현듯 인생을 재밌게 만들어줄 것만 같은 것이 떠올랐다. ‘마약’이었다. 예전에 봤던 유튜브 영상에서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으로 판매자들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 한 번 찾아만 보자. 인생 뭐 있어?”

맥주를 홀짝이며 트위터(현 X)에 ‘대마’를 검색해 봤다. 손가락 몇 번의 움직임으로 판매 계정 3개를 찾을 수 있었다. 한 편으로 너무 쉬운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호기심이 더 커졌다.

액상대마 판매자가 올린 글 예시

글 하나에서 너무나 많은 은어를 배울 수 있었다. 캔디, 작대기, 아이스, 떨… 심지어 후기방을 운영한다는 계정도 찾을 수 있었다. 수많은 트윗을 보면서 Y는 생각했다.

‘텔레그램을 깔아야겠구나?’

Y는 텔레그램을 깔고 홍보하는 계정들을 검색했다. 후기들이 잔뜩 있었다. 사진, 영상과 함께.

“사장님 감사해요”

“드디어 살았음. 내성을 뚫었으면”

“오늘도 덕분에 행복합니다”

마약판매자가 올린 글 예시

그 중 한 곳에 연락을 하니 10초도 되지 않아 답장이 왔다. 경찰이 아닌 걸 우선 인증하란다. 시키는대로 성인 동영상을 캡처해서 보내니, 돌아온 건 또 다른 텔레그램 계정.

“제가 약은 처음인데 뭘 해보면 좋을까요?”

“아 그럼 액상대마 추천함. 그냥 전자 담배랑 똑같음. 좀 마음이 편안해진다 뿐이지 중독성은 담배보다 낮음. 0.7ml 40만 원, 결제는 코인으로.”

“제가 코인은 잘 모르는데…”

“아 괜찮음. 수수료만 더 내면 다른 걸로 결제 가능.”

Y는 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안 났고, 너무 순식간에 결제까지 끝나버렸다고 회상한다. 판매상은 Y의 주소지를 확인한 뒤 주소를 하나 보내왔고, 찾아가보니 그냥 동네의 평범한 주차장이었다. 액상은 주차장 차단기에 붙어있었다.

불법 약물이 Y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단 1시간이 걸렸다. 나쁜 짓을 한다는 생각에 두근거리던 심장도 집에 돌아오니 잠잠해졌고, ‘너무 좋다, 감사하다’ 말하던 후기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대마 액상을 넣은 전자 담배 기계를 입에 물었다.

‘윽! 이게 맞아?’

칭찬 일색이던 온라인 속 반응들과 달리 Y가 느끼는 건 구토감과 어지러움. 2번의 흡입 이후 남은 액상은 애물단지가 되었다.

‘이게 뭐야! 50만 원 날렸네’

하드모드에서 헬모드로

액상 대마를 찾아 돌아오던 그 밤, Y는 친구에게 전화했다. 너무나도 쉽게 손에 들어온 그것에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 나 대마 구했다?”

“엥?? 뭔 소리야”

“마약. 마약 있잖아. 그 연예인들 하는 거.”

“그걸 갑자기 어디서 구해”

“그냥~ 트위터에 검색하니까 다 팔던데? 거의 50만 원 깨졌다? 근데 찾으러 가니까 진짜 그냥 길거리에 붙어있어 ㅋㅋㅋㅋ”

“진짜야 너?? 미쳤어?”

“아니..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잖아.”

“하… 됐다. 정신차려.”

뚝-

며칠 뒤, Y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경찰이었다.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 받으셔야 합니다. 대마 하셨죠?”

“네?? 그런 적 없는데요??”

“직접 대마를 구하셨다는 내용으로 통화 하셨죠?”

“아… 그거 그냥 친구한테 장난친 건데요?”

“그래도 신고가 들어왔으니 조사해야 합니다.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셔서 마약류 검사 받고 가세요.”

Y는 그제서야 스스로 인생을 헬모드로 만들었음을, 짧은 일탈이라고 생각했던 게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21살의 미래를 위한 기소유예

이현에서 상담 시에 파악한 Y의 성향은 굉장히 온순한 편이었다. 굉장히 겁을 먹고 있었고,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와 법은 단순 투약범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재활과 치료를 통해 재범을 막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21살, 마약사범으로 무거운 처벌을 받기보단 미래에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

선처를 받기 위해서는 피의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려줄 탄원서가 필요하다. Y가 처음 상담을 왔을 땐, 주변에 자신의 편을 들어 줄 사람이 없을 것이라 했지만 그동안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왔던 덕분일까. 친구고 가족이고 꽤 많은 탄원서를 받을 수 있었다.

마약류관리법 위반 탄원서

이현은 Y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며, 재범의 우려가 낮음을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주장했고, 기소유예를 받을 수 있었다. Y는 지금까지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꾸준히 심리 상담 치료를 받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마약류관리법 위반 기소유예 처분 내역

Y는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절대 호기심조차 갖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탓을 하는 건 아니지만, 마약을 구하기 너무 쉬웠던 게 문제라고도 말했다. 한 순간의 호기심이 범죄로 연결되기까지 겨우 1시간이 걸렸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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