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회복청구권, 빼앗긴 내 유산을 되찾는 법
분명 내 몫이 있는데, 왜 받지 못했을까
가족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49재를 지내는 동안, 상속 이야기는 조심스럽게 미뤄집니다.
"어머니가 알아서 정리하신대."
"큰형이 다 처리한다고 했어."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됩니다. 내 이름으로 남아있어야 할 재산이 온데간데없다는 걸. 아버지 통장은 텅 비어있고, 부동산 등기부에는 형 이름만 올라가 있습니다.
전화를 해도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말만 돌아옵니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상속회복청구권입니다.
상속회복청구권이란 무엇인가
민법 제999조에 규정된 상속회복청구권. 진짜 상속인이 자기 몫을 침해당했을 때 되찾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배우자와 자녀 두 명이 상속인이라고 가정해봅시다. 배우자 상속분은 1.5, 자녀들은 각각 1입니다. 전체를 3.5로 나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배우자가 망인 명의 예금 5천만 원을 혼자 다 인출했다면? 자녀들은 각자 약 1,429만 원씩 돌려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 권리는 '참칭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침해했을 때 사용합니다. 그런데 참칭상속인이 누구일까요?
참칭상속인, 공동상속인도 해당될 수 있습니다
참칭상속인(僭稱相續人)은 상속권이나 상속분이 없음에도 상속인으로 신뢰할 만한 외관을 갖추고 있거나, 자기를 상속인이라고 주장하며 상속재산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참칭상속인은 완전히 남인 경우만 해당되는 거 아닌가?"
아닙니다. 대법원은 공동상속인도 참칭상속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91. 2. 22. 선고 90다카19470 판결).
구체적으로 참칭상속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동상속인: 다른 상속인의 상속권을 부정하고 자기만 상속인이라 주장하거나, 자신의 법정상속분을 넘어 전부를 가져간 경우
후순위상속인
상속결격자
무효혼인의 배우자
호적(현 가족관계등록부)에 허위로 올라간 사람
무단으로 상속재산을 점유한 사람
참칭상속인으로부터 상속재산을 취득한 사람
앞서 든 예시처럼 형이 재산을 다 가져갔거나 배우자가 예금을 전부 인출한 경우도 참칭상속인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유류분청구권과 뭐가 다른가요
"그럼 유류분이랑 뭐가 달라요?"
이 질문, 많이 받습니다. 둘 다 상속재산을 돌려받는 권리지만 적용되는 상황이 다릅니다.
상속회복청구권은 법정상속분대로 받아야 하는데 누군가가 그것을 침해한 경우입니다. 아버지가 유언 없이 돌아가셨고, 형제 셋이 똑같이 나눠야 하는데 큰형이 다 가져간 상황. 이때 쓰는 것이 상속회복청구입니다.
유류분청구권은 유언이나 증여로 특정인에게 재산이 몰렸을 때 최소한의 몫을 보장받는 권리입니다. 아버지가 유언으로 "큰아들에게 전부 준다"고 했어도, 나머지 자녀들은 법정상속분의 1/2은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유류분입니다.
정리하면:
상속회복청구권 = 법정상속분 침해 → 법정상속분 전부 회복
유류분청구권 = 유언·증여로 받을 것이 없거나 적음 → 법정상속분의 1/2 보장
제척기간도 다릅니다. 상속회복청구는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 개시일부터 10년입니다. 유류분은 침해를 안 날부터 1년, 상속 개시일부터 10년입니다.
제척기간, 놓치면 영영 못 받는다
"나중에 해도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 때문에 권리를 잃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상속회복청구권에는 제척기간이 적용됩니다. 소멸시효와 달리 중단도 정지도 되지 않습니다.
민법 제999조 제2항:
상속권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 개시일부터 10년
이 중 하나라도 지나면 청구할 수 없습니다. 법원은 제척기간 경과를 이유로 각하 판결을 내립니다. 아무리 억울한 사정이 있어도 기간이 지났다면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10년이면 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속 직후에는 장례를 치르고 마음을 추스르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가족끼리 이러기 싫다"는 마음에 망설이다 보면 어느새 몇 년이 흐릅니다.
더 큰 문제는 증거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체 내역 찾기는 어려워지고, 부동산은 제3자에게 넘어가고, 기억은 흐릿해집니다.
인지 후 상속권, 2024년 달라진 판례
그런데 특별히 억울한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뒤늦게 자신이 상속인임을 알게 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아버지가 1998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2019년에야 비로소 자신이 아버지의 친생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법원에서 인지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상속재산은 다른 상속인들이 나눠가진 지 오래입니다.
이 경우 민법 제1014조에 따라 상속분가액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실제 상속재산을 돌려받는 대신, 자신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청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기존에는 이 권리에도 '상속 개시일부터 10년'이라는 제척기간이 적용되어, 10년이 지난 후 인지된 경우 권리를 전혀 행사할 수 없었습니다.
2024년 6월 27일, 헌법재판소가 이 부분을 위헌으로 판단했습니다(2021헌마1588).
헌법재판소는 "상속개시 후 인지로 공동상속인이 된 자의 상속분가액지급청구권에 대해 '상속 개시일부터 10년' 제척기간을 적용하는 것은 권리구제 실효성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만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이 결정은 민법 제1014조의 상속분가액지급청구권에만 적용됩니다. 일반적인 상속회복청구권(민법 제999조)의 제척기간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정리하면:
일반적인 상속회복청구권 (민법 제999조):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 개시일부터 10년 → 두 가지 모두 여전히 유효
상속개시 후 인지된 자의 상속분가액지급청구권 (민법 제1014조):
인지 판결 확정일(침해를 안 날)부터 3년 → 유효
상속 개시일부터 10년 → 위헌
실제 사례로 보면:
1998년 상속 개시 → 2008년 10년 경과 → 2019년 인지 판결 확정
기존: 권리 행사 불가 (상속 개시일부터 10년 이미 경과)
헌재 결정 후: 2019년부터 3년 내 청구 가능 (2022년까지)
📌 유류분 반환 청구: 유언장 이름 없으면 상속 못받을까?
실제 사례: 외국인 배우자의 상속권 회복
한 외국인 의뢰인이 이현을 찾아왔습니다.
한국인과 결혼해서 정식으로 혼인신고까지 마친 상태였는데, 배우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시어머니와 상속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의 몫을 나누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망인의 예금을 전부 본인 계좌로 옮겨버렸습니다. 의뢰인이 받기로 한 몫까지 모두요. 언어도 서툴고, 한국 법 절차도 낯선 상황에서 혼자 대응하기에는 너무 벅찼습니다.
이현은 소장을 작성하면서 핵심을 짚었습니다. 시어머니가 망인 사망 직후 예금채권을 포함한 재산을 전부 취득하여 의뢰인의 상속분을 침해했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상대방은 당연히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거래내역과 법리를 토대로 하나씩 반박했습니다.
법원은 이현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시어머니는 의뢰인에게 4,844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국적이나 언어가 달라도 상속권은 똑같습니다. 다만 혼자서는 어렵다는 것, 그래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상속회복청구, 이렇게 진행됩니다
실제로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첫 단계는 재산 파악입니다. 부동산은 등기부등본으로, 예금이나 주식은 금융거래제출명령을 통해 확인합니다. 망인 명의의 재산이 누구에게 어떻게 넘어갔는지 추적합니다.
다음은 상속분 계산입니다. 누가 상속인인지, 각자 얼마씩 받을 권리가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상속받으면 1.5:1 비율이고, 자녀들끼리만 받으면 균등하게 나눕니다. 특별수익이나 기여분이 있으면 조정이 들어갑니다.
침해 사실이 확실하면 법원에 소를 제기합니다. 소장에는 어떤 재산이 침해되었고, 상대방이 어떻게 가져갔으며, 얼마를 돌려받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재판이 시작되면 상대방은 대부분 부인합니다. "생전에 증여받은 것이다", "원래 내 것이었다" 같은 주장을 펼칩니다. 이때 증거가 중요합니다. 계좌이체 내역, 등기 변동 기록, 때로는 증인까지 동원해서 침해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판결이 나면 강제집행으로 실제 재산을 돌려받습니다. 다만 이 모든 과정이 제척기간 안에 완료되어야 한다는 점, 잊지 마십시오.
변호사가 필요한 이유
"혼자 해볼까?"
본인 소송도 물론 가능합니다. 그런데 상속회복청구는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상속분 계산부터 쉽지 않습니다. 대습상속이 끼어있거나, 누군가가 생전에 특별히 많이 받았거나, 반대로 부양에 기여한 사람이 있으면 계산이 복잡해집니다. 여기서 실수하면 청구액 자체가 틀려서 기각당할 수 있습니다.
증거 확보도 만만치 않습니다. 상대방은 절대 순순히 인정하지 않습니다. 금융기관 조회 신청, 등기부 분석, 증인 섭외까지 전문 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준비할 수 있습니다.
제척기간 관리도 중요합니다. "언제부터가 안 날인가"도 다툼이 될 수 있습니다. 막연히 알았다는 것과 법적으로 인정되는 '안 날'은 다릅니다. 이를 잘못 판단하면 제소 시기를 놓칩니다.
특히 2024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뒤늦게 인지된 경우의 상속분가액지급청구권 행사 범위가 달라졌습니다. 본인의 상황이 일반적인 상속회복청구인지, 아니면 인지 후 상속분가액지급청구인지 판단하는 것부터 전문적인 법률 검토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상대방이 소송 중에 재산을 빼돌릴 수도 있습니다. 그 전에 가압류 같은 보전처분을 걸어둬야 하는데, 타이밍과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FAQ
Q. 상속회복청구권은 언제까지 행사할 수 있습니까?
A. 침해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또는 상속이 시작된 날부터 10년입니다. 둘 중 먼저 오는 기간이 지나면 청구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Q. 상속 개시 후 10년이 지나 인지된 경우에도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나요?
A. 2024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가능해졌습니다. 상속분가액지급청구권(민법 제1014조)을 통해 금액으로 자신의 몫을 청구할 수 있으며, 인지 판결 확정일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다만 일반적인 상속회복청구권은 여전히 10년 제척기간이 적용됩니다.
Q. 형제끼리 협의해서 나누기로 했는데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해당됩니까?
A. 네, 가능합니다. 협의는 했지만 실제로 재산이 넘어오지 않았거나 약속과 다르게 처리되었다면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Q. 상대방이 재산을 벌써 팔아버렸으면 어떻게 합니까?
A. 재산 자체를 돌려받을 수 없다면 금액으로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소송 전에 가압류를 걸어두면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습니다.
Q. 외국인도 한국에서 이 청구를 할 수 있습니까?
A. 당연히 가능합니다. 한국에서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했다면 외국인 배우자도 동등한 상속 권리를 갖습니다. 언어나 절차가 어렵다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시면 됩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내 몫을 제대로 받는 것은 욕심이 아닙니다. 법이 인정한 권리입니다.
침해당한 사실을 알았다면, 지금 바로 움직이십시오. 제척기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증거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재산은 처분되거나 숨겨집니다.
혼자 고민하지 마십시오. 법무법인 이현은 언어와 국적을 넘어, 의뢰인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아드립니다. 복잡한 법률 문제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끝까지 함께합니다.
지금이 바로 행동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