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참 곤란한 상황이 생기죠.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 아프고 머리 아픈 게 바로 친구 사이에 얽힌 돈 문제 아닐까 싶습니다.
믿고 빌려줬는데 소식이 없으면 배신감도 들고, 그렇다고 따지자니 치사해 보일까 봐 속만 끓이게 되죠. 오늘은 법률 전문가의 시선에서, 우정도 지키고 내 소중한 돈도 찾는 현실적인 가이드를 전해드릴게요.
1. 돈 안 갚는 친구에게 흔히 하는 잘못된 대응
마음이 급해지면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아래 세 가지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어요.
감정적인 폭언과 비난: 야, 너 사람이 어떻게 그래? 같은 비난은 친구의 방어기제를 자극합니다. 결국 미안함보다 적반하장식의 태도를 불러올 수 있죠.
주변 지인에게 소문내기: 공론화해서 압박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이는 명예훼손 등 법적 분쟁의 빌미를 줄 수 있고 관계를 완전히 끝내는 지름길입니다.
무작정 기다리기: 알아서 주겠지 하며 1년, 2년 보내다 보면 소멸시효라는 법적 장벽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침묵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돈 안갚는 친구일수록, 상대가 먼저 말 꺼내지 않으면 계속 미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우정 깨지지 않게 돈 안 갚는 친구에게 말 꺼내는 법
핵심은 비난이 아니라 상황 공유입니다. 친구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지금 이 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세요.
나의 사정 먼저 말하기: 이번에 적금이 깨졌어, 갑자기 병원비가 필요해졌어 처럼 내가 돈을 받아야만 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먼저 설명하세요.
기한을 나누어 제안하기: 한 번에 다 갚기 힘들면 이번 달에 이만큼, 다음 달에 이만큼 나눠서 줄 수 있어?라고 선택지를 주세요. 친구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확답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반드시 문자나 카톡으로 남겨두셔야 합니다.
감정적인 말은 하지 말고, 금액과 시기만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핵심입니다.
돈 안갚는 친구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우정을 깨는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행동에 가깝습니다.
3. 친구에게 빌려준 돈, 법적으로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당연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법은 증거를 먹고 삽니다.
차용증이 없어도 괜찮나요? 네, 괜찮습니다. 카톡 대화 내용, 문자 메시지, 계좌 이체 내역만 있어도 충분히 입증할 수 있어요.
입증의 핵심: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대여)과 언제까지 갚기로 했다는 사실(변제기)만 증명하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친구 사이여도 돈을 빌렸다면 채무 관계는 성립합니다.
4. 내용증명은 관계를 깨는 행동일까
많은 분이 내용증명을 보내면 전쟁 선포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계를 매듭짓는 정중한 최후통첩에 가깝습니다.
내용증명은 단순히 이 내용을 보냈다는 사실을 우체국이 증명해 주는 서류일 뿐입니다. 친구에게 내가 이 문제를 이만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무게감을 전달하는 용도로 쓰이죠. 오히려 이 단계에서 친구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서둘러 돈을 구해오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5. 소송까지 가기 전 꼭 거쳐야 할 현실적인 단계
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전에 우정도 지키면서 실속도 챙기는 단계를 밟아보세요.
지불각서 작성: 지금 당장 돈이 없다면, 언제까지 얼마를 갚겠다는 각서를 다시 한 번 받으세요. 공증까지 받으면 베스트지만, 자필 서명만으로도 큰 압박이 됩니다.
지급명령 신청: 소송보다 훨씬 빠르고 저렴한 제도입니다. 법원에 서류를 내면 법원이 친구에게 돈 갚아라라고 명령을 내려주는 건데, 친구가 이의 제기를 안 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과를 봅니다.
화해 권고 유도: 법적 절차를 밟더라도 중간에 조정 단계를 거치면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좋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돈 안갚는 친구 문제는 조용하지만 단계적으로 가는 게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입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Q1. 친구가 카톡을 읽고 씹는데 이것도 증거가 되나요? 네, 돈을 빌려준 정황이 담긴 메시지에 답장이 없더라도, 그 전후 맥락을 통해 돈 거래 사실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돈 갚으라는 말에 침묵하는 것 자체가 채무를 인정하는 간접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Q2. 빌려준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어떡하죠? 일반적인 개인 간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입니다. 10년이 지나면 법적으로 받을 권리가 사라져요. 하지만 중간에 조금이라도 이자를 받았거나, 갚겠다는 약속을 다시 받았다면 시효가 새로 시작됩니다.
Q3. 소송 비용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어쩌죠? 소액 사건(3,000만 원 이하)의 경우 절차가 간소하고 비용도 저렴합니다. 또한 승소할 경우 변호사 비용과 인지대 등 소송 비용의 상당 부분을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돈 안갚는 친구 문제에서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은 끝까지 참고, 끝까지 말 못 하는 사람입니다.
우정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과 내 돈을 지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법으로 정리하는 것, 그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필요하다면 감정 싸움이 아니라 법의 언어로 정리하는 선택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