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권이 뭔가요?
초상권이라고 하면 보통 연예인들만 주장하는 권리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초상권은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제17조(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서 파생된 헌법상의 권리입니다.
즉, 모든 국민은 자신의 얼굴이나 신체적 특징이 함부로 촬영되거나 공표되지 않을 권리를 가집니다. 내가 가해자가 되는 지점은 아주 명확합니다. 내가 찍은 사진이나 영상에서 타인을 알아볼 수 있는가 바로 여기입니다. 누군지 특정할 수 있는 상태로 허락 없이 찍거나 올렸다면, 그 순간부터 법적인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초상권 침해 성립요건 3가지
법원에서 초상권 침해를 판단할 때 중요하게 보는 핵심 요소들입니다.
식별 가능성: 얼굴뿐만 아니라 신체 특징, 주위 배경, 옷차림 등을 종합했을 때 제3자가 봐도 아, 이거 누구네 하고 알 수 있다면 성립합니다. 눈만 가리는 모자이크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동의 여부: 촬영과 유포에 대해 당사자의 명확한 허락이 있었는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촬영에 대한 동의가 곧 유포에 대한 동의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위법성 판단(이익형량): 동의가 없었다고 무조건 처벌받는 것은 아닙니다. 침해 행위로 얻는 이익과 피해자가 입는 피해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법성을 판단합니다.
동의 없는 촬영 vs 동의 없는 사용
1) 동의 없는 촬영: 언제부터 위험해지나
많은 분들이 찍는 건 괜찮고 올리는 것만 문제 아닌가요?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동의 없는 촬영 행위 자체가 초상권 침해로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합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형사 처벌의 영역입니다. 만약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몰래 찍었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라 촬영 행위 자체만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단순 촬영이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했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2) 동의 없는 사용(게시·업로드·전송): 촬영보다 더 자주 터지는 구간
변호사로서 사건을 접하다 보면, 찍을 때보다 올릴 때 문제가 터지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촬영은 동의했지만 유포는 동의하지 않은 경우, 혹은 단체 채팅방에 장난삼아 친구의 엽기 사진을 올리는 행위 등은 모두 초상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비방의 목적이 더해지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도 연결될 수 있어 매우 위험한 구간입니다.
📌 동의가 있었던 것 같은데… 동의는 어디까지 인정되나?
가장 억울해하시는 부분이 바로 그때 걔도 웃으면서 찍었는데요?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동의의 범위를 매우 엄격하게 해석합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진 촬영에 동의했더라도 동의 당시 예상했던 범위를 벗어나 공표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끼리 소장용으로 찍은 사진을 불특정 다수가 보는 SNS에 올리는 것은 사회 통념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의를 받았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촬영자(게시자)에게 있다는 점입니다. 나중에 상대방이 동의한 적 없다고 발뺌하면, 이를 증명해야 하는 건 바로 여러분입니다.
초상권 침해 사건에서 이런 행동이 특히 위험합니다
무심코 했다가 소송 당하기 딱 좋은 행동들입니다.
배경 속 행인: 핫플레이스에서 사진을 찍을 때 배경에 나온 사람들의 얼굴을 그대로 노출하는 경우.
지인 비방용 캡처: 친구나 전 연인과 다툰 후 대화 내용이나 프로필 사진을 캡처해 커뮤니티에 올리며 하소연하는 글.
어설픈 모자이크: 눈만 살짝 가리거나 스티커를 붙였지만, 지인들은 누군지 다 알아볼 수 있는 경우.
밈(Meme)으로 사용: 일반인의 사진을 웃긴 짤방처럼 만들어 조롱거리로 소비하는 행위.
초상권 침해, 처벌/책임은 어디까지?
초상권 침해는 기본적으로 민사상 불법행위입니다.
민사 책임: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물어줘야 합니다. 영리적으로 이용했거나 피해가 크다면 배상액은 커집니다.
형사 처벌: 단순 초상권 침해죄는 없지만, 앞서 말씀드린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해당하거나 명예훼손, 모욕죄와 결합되면 징역형이나 벌금형이 나옵니다.
플랫폼 제재: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 신고가 접수되면 계정 정지나 게시물 삭제 등의 불이익을 당하게 됩니다.
초상권 침해 피해자가 고소하겠다/내용증명 보냈다 면, 현실적인 대응 순서
덜컥 겁부터 먹지 마시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즉시 삭제 및 증거 확보: 문제 된 게시물을 바로 내리세요. 언제 내렸는지 캡처해두면 추후 손해배상액 산정에 도움이 됩니다.
동의 여부 입증 자료 찾기: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촬영이나 게시에 동의가 있었다면, 그 동의를 입증할 수 있는 카톡 내용, 문자, 녹음 파일 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입증 책임은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정중한 사과 및 합의: 고의가 아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적정 선에서 합의하는 것이 경제적입니다.
전문가 상담: 상대방이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형사 고소를 언급한다면 즉시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합니다.
📃 이현 성공사례|사진작가 사진 무단 도용으로 인한 초상권 침해, 구상권 청구로 해결
자주 물어보는 질문
Q1.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찍은 건데도 처벌받나요?
A. 공개된 장소라도 초상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촬영의 목적, 필요성,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법성을 판단합니다(이익형량). 단순히 공공장소였다는 이유만으로 면책되지는 않으며, 특정인을 부각해서 찍었다면 위법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2. 저는 돈 받고 판 게 아니라 그냥 블로그 정보 공유용이었는데요?
A. 영리 목적이 없더라도 공개된 장소에 게시하여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게 했다면 초상권(공표권) 침해가 성립합니다. 상업성이 없다고 해서 불법행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다만 손해배상 액수 산정에는 참작될 수 있습니다.
Q3. 상대방이 사진 내려달라는데 이미 퍼진 건 어떡하나요?
A.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즉시 삭제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퍼진 것에 대해서도 삭제 요청을 하는 등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나중에 책임을 덜 수 있습니다. 이를 방치하면 침해를 방조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법은 생각보다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무심코 누른 셔터 한 번, 별생각 없이 올린 게시물 하나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혹시라도 지금 초상권 문제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 계신가요? 특히 동의를 받았음에도 억울하게 몰리고 있다면, 초기부터 증거를 수집하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유일한 길입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문을 두드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