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를 주도한 형제가 "내가 고생했으니 부의금은 내가 관리하고, 부족한 돈은 같이 내자"라고 하는 것은 법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모든 부의금은 공동의 비용을 처리하는 데 최우선으로 쓰여야 합니다.
장례식장에서는 경황이 없어 정신없이 보냈는데, 삼우제가 끝나자마자 가족 단톡방에 청구서가 날아옵니다.
장례비 총 1,500만 원 나왔다.
우리 5남매니까 각자 300만 원씩 입금해라.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돈 이야기를 꺼내는 형제나 친척이 야속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릅니다.
잠깐, 내 손님들도 부의금 꽤 많이 내고 갔는데... 그 돈은 다 어디 가고 비용만 청구하는 거지?
형제가 많을수록, 그리고 부의금 봉투가 많이 들어올수록 이 계산은 복잡해집니다. 자칫 감정싸움으로 번지면 의절하게 되는 가장 흔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 글을 통해 복잡한 감정과 계산기를 잠시 내려두고, 법원이 말하는 가장 확실한 정산방법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형제가 3명 이상이며, 장례 절차를 주도한 사람이 따로 있다.
장례비용 총액만 통보받았고, 들어온 부의금 총액이 얼마인지는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부의금은 원래 장례 치른 사람이 갖는 거다"라는 말을 듣고 반박할 근거를 찾고 있다.
억울하긴 한데, 고인을 보내드린 마당에 돈 때문에 싸우는 불효자가 될까 봐 망설여진다.
의뢰인분들이 사무실에 오셔서 하소연하시는 내용을 듣다 보면, 여러가지 사실들이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가 실제 상담하듯 하나씩 풀어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가입니다.
많은 분들이 "장남이 낸다" 혹은 "모시고 살았던 자식이 낸다"고 생각하시지만, 법원의 판단은 다릅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장례비용은 상속의 순위에 따라 가장 선순위인 사람들(자녀들)이 각자의 법정상속분 비율에 따라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심지어 상속을 포기한 자녀라고 해도, 장례비용 부담 의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장례비용은 상속 재산 문제 이전에, 망인과의 친족 관계에서 비롯된 도리이자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5명이라면 원칙적으로는 1/5씩 부담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변수가 등장합니다.
바로 부의금입니다.
아주 쉬운 비유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장례식장에 들어온 모든 부의금은 개개인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이 아니라, 일단 공동 저금통에 들어간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 원칙만 기억하면 계산은 의외로 간단해집니다.
"내 손님이 낸 돈이니까 내 거야"라는 생각은 장례비를 치르기 전까지는 틀린 생각입니다.
법적 근거: 법원은 부의금을 "장례비에 먼저 쓸 것을 조건으로 준 돈"이라고 봅니다.
적용
장남에게 들어온 5천만 원이든, 며느리에게 들어온 100만 원이든, 손자에게 들어온 5만 원이든 상관없습니다.
상속인이 아닌 가족(손주, 며느리 등) 앞으로 들어온 돈까지 모두 합쳐서 일단 장례비부터 결제해야 합니다.
부의금 총액이 장례비보다 적은지 많은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돈을 가져갈 수 없습니다.
남은 돈은 기여도에 따라 돌려받습니다. 부의금을 다 합쳤더니 장례비를 내고도 돈이 남았습니다.
이 남은 돈은 원래 주인에게 비율대로 돌려주는 것이 공평하겠지요?
누구 손님이 많이 왔느냐에 따라 기여도가 달라지는 것이죠.
상황
장례비: 1,000만 원
총 부의금: 2,000만 원
장남 앞으로 1,500만 원
차남 앞으로 500만 원
남은 돈: 1,000만 원
계산법 (판례 원칙)
남은 돈 1,000만 원을 반반 나누는 게 아닙니다. 애초에 장남이 부의금의 75%(1,500만 원)를 기여했고, 차남이 25%(500만 원)를 기여했죠?
그러면 남은 돈도 75 : 25 비율로 가져가는 게 맞습니다.
장남: 750만 원 환급
차남: 250만 원 환급
예외 (방명록이 없을 때): 누구 손님이 낸 돈인지 도저히 구분이 안 된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똑같이(평등하게) 나눕니다.
모자란 돈은 상속분대로 책임집니다
이 부분이 가장 많이 헷갈리시는 부분입니다.
돈이 모자라면 '누가 손님을 적게 불렀느냐'는 따지지 않습니다. 이때부터는 순수한 상속인의 빚이 되기 때문입니다.
상황
장례비: 2,000만 원
총 부의금: 1,000만 원
장남 앞으로 900만 원
차남 앞으로 100만 원 들어옴
부족한 돈(빚): 1,000만 원
계산법 (판례 원칙):
장남은 "내가 900만 원이나 가져왔는데, 네가 100만 원밖에 안 가져와서 구멍이 난 거 아니냐"라고 따지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법원은 부족한 장례비용을 상속의 순위와 법정상속분에 따라 분담하라고 합니다.
자녀들은 상속 지분이 보통 1:1로 같습니다.
장남 부담: 부족액 1,000만 원의 1/2 = 500만 원 지출
차남 부담: 부족액 1,000만 원의 1/2 = 500만 원 지출
주의할 점 (상속포기)
심지어 상속을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장례비용 부담 의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상속의 문제가 아니라 친족 간의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내용의 기초가 되는 서울가정법원의 결정례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서울가정법원 2010. 11. 2.자 2008느합86,87 심판인데요.
이 사건의 청구인(혼외자)은 자신이 망인을 모시고 살았고 장례도 치렀으니 기여분을 100% 인정해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장례비 총액 확인: 약 954만 원 소요됨.
부의금 공제: 들어온 부의금 188만 원을 먼저 장례비에 씀.
부족분 정산: 장례비에서 부의금을 뺀 나머지 약 766만 원은 상속인 5명이 각 1/5씩(약 153만 원) 부담해야 함.
결과: 장례비를 혼자 다 낸 청구인은 다른 형제들에게 그들의 몫(153만 원씩)을 달라고 청구할 권리가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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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를 주도한 형제가 "내가 고생했으니 부의금은 내가 관리하고, 부족한 돈은 같이 내자"라고 하는 것은 법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모든 부의금은 공동의 비용을 처리하는 데 최우선으로 쓰여야 합니다.
형제간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정당한 권리를 찾고 싶다면 다음 체크리스트를 따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 48시간 내 확인해야 할 것
방명록(부의록) 확보: 누가 얼마를 냈는지 적힌 장부가 가장 중요한 증거입니다. 사본이라도 반드시 확보하세요.
장례식장 영수증: 총비용이 정확히 얼마인지, 식대와 장지 비용이 포함된 것인지 확인하세요.
🚫 지금 당장 하지 말아야 할 것
상대방이 요구한 금액을 무턱대고 송금하지 마세요. 한번 건너간 돈은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감정적으로 "형이 다 가졌지?"라고 비난하지 마세요. '정산'의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가족끼리 야박하게 법을 따지냐"는 말을 들을까 봐 두려우신가요? 오히려 기준이 불명확할수록 오해는 쌓이고 골은 깊어집니다.
만약 상대방이 막무가내로 부의금 내역 공개를 거부하거나, 터무니없는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객관적인 계산서'를 들이미는 것이 가장 현명한 해결책일 수 있습니다.
장례비 정산,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고 형제간에 날 선 말이 오가나요?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이것은 상속이라는 긴 전쟁의 서막일 뿐입니다.
앞으로 여러분 앞에는 예금 인출, 부동산 등기, 세금 신고, 그리고 혹시 모를 유류분 반환 청구까지, 훨씬 더 복잡하고 큰 금액이 걸린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작 수백만 원 단위의 장례비 문제로도 얼굴을 붉히는데, 수억 원이 오가는 상속 재산 분할 앞에서는 어떨지 상상해 보세요.
지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단순히 장례비를 계산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상속의 첫 단추인 장례비 정산부터 법적 기준을 명확히 세워두어야, 남은 상속 절차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고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끼리 알아서 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계시나요? 복잡한 상속의 첫걸음, 지금부터 전문가를 파트너로 삼아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길로 가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