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여섯 모쏠, 스토커가 되었다

스토킹 신고당한 직장 동료를 사랑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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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10, 2024
서른 여섯 모쏠, 스토커가 되었다

본 사례는 저희 이현에서 수임하여 처리한 사건으로, 의뢰인 특정 방지를 위해 일부 각색되었습니다. 스토커로 신고 당한 의뢰인을 A, 스토킹 피해자를 H라고 칭하겠습니다

A는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몇 번의 짝사랑만 해봤을 뿐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A는 조금 더 용기를 내봤을 뿐인데 스토커가 되었다. 시간은 사건 발생 8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른 여섯 모쏠의 사랑 방식

장마가 한창이던 여름날, 서로 다른 팀에 근무하던 A와 H는 사무실이 합쳐지면서 알게 되었다. 이 둘은 팀은 다르지만, 서로에게 업무상 도움을 청할 일이 종종 있었다.

낙엽이 지던 무렵, A의 해외출장 건과 관련해 문제가 생겼다. 다행히 H의 도움을 결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A는 무사히 출장을 다녀왔다.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공항에서 유명하다는 간식을 사와 선물했다. 이후로 A와 H는 마주치면 살갑게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고, A에게도 그녀는 고마운 동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패딩을 꺼내 입을 날씨가 되었을 즈음, A는 회사 건물 엘리베이터 앞에서 H와 마주쳤다. 그녀는 컴퓨터와 전화기를 끙끙거리며 들고 있었다. A는 대신 컴퓨터를 들어다 주었고, 설치까지 도와줬다. H는 고맙다며 카페로 가 커피를 사주었고, 앉아서 얘기하며 둘은 조금 더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부터였다. H가 점점 예뻐 보이고, 그녀의 움직임을 모두 살피게 된 것은. 컴퓨터가 또 안 된다는 메신저에 달려가서 해결해 주고, 야근을 하는 날에는 덩달아 야근을 하며 시간이 늦었다는 핑계로 데려다주고는 했다. 대각선에 앉아있어서 살피기는 쉬웠다. 이렇게 연애가 시작되는구나 설레었다.

크리스마스, 모쏠의 상상 속에서 고백하기에 이날만큼 완벽한 날이 없었다.

고백 공격을 당했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H는 사내 메신저 창을 보고 소리 없이 경악했다. 장문의 고백 공격이 들어와 있었다. 범인은 요즘 좀 친해졌다고 생각한 동료 A 씨. 좀 과하긴 하지만 친절하신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H도 가급적 친절하게 대하려고 했다.

H는 조용히 거절의 메시지를 보내고 고민했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여지를 줬나?’

‘뭐 때문에 이렇게 됐지?’

‘아.. 퇴사할까…’

며칠 뒤, H는 다시 한번 입장을 정리해서 A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제가 오해를 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하고, 직장 동료로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업무상 할 얘기가 많으니 앞으로 서로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완곡한 거절 표현이었던 게 문제였을까, 예의상 불편하지 말자고 한 말이 문제였을까. A는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았다. ‘업무상 얘기는 해도 된다’로 이해했는지 회사 내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모두 하기 시작했다. H가 답장을 하지 않아도 참 한결같았다.

기묘한 관계가 이어진지 2개월쯤, H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는지 급발진 해버렸다.

“H 씨, 다음 주 외근 일정 있잖아요.”

“A 님. 회사 일로도 메신저 안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제발요.”

“예? 왜 그러세요?”

“그냥 앞으로는 저한테 보내지 마세요. 물어보지도 마시고요. 답장 안 하겠습니다.”

“아니 제가 뭐 잘못했어요? 갑자기 왜..”

“H 씨? 혹시 너무 자주 보내서 그래요?”

“뭐라고 말은 해주셔야죠. 갑자기 그러시면 어떻게 해요.”

동상이몽이 스토킹으로

모두가 이해하는 H의 거절은 가장 중요한 A에게만 닿지 않았다.
 

‘사내 메신저로 고백한 게 문제였을까?’

‘조금 더 천천히 다가가야 했을까? 아니, 충분히 천천히 다가갔는데..’

‘내가 너무 뜸 들여서 실망했나?’

계속해서 이유를 고민하던 어느 날, A는 회사 인사팀에 불려갔다. 인사팀에선 H와의 관계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고, 결론적으로 H에게 연락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A는 차라리 3자 대면을 시켜달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A는 H에게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았고, 야근 후 데려다주느라 알게 된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현타가 세게 찾아왔다.

‘내가 싫다고 회사에까지 분리 조치를 요청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뭐 하냐..’

그때, 집에서 나오는 H와 눈이 마주쳤고 기겁하는 그녀의 모습에 A는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거주지까지 찾아온 모습에 놀란 H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A는 스토커가 되었다.

스토킹 긴급응급조치 확인서

변호인의 5개월

A는 경찰서에서 긴급응급조치를 당한 다음날 이현에 찾아왔다. A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검토했을 때 A에게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주거침입,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의 혐의가 있었다.

형사 사건에서 양형의 핵심은 피해자와의 합의이고, A는 분명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었지만 이 사건에서 합의 시도는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 (현재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폐지되어 피해자와 합의해도 형사처벌 대상이다.)

스토킹으로 긴급응급조치를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합의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연락을 하게 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드시 수사기관의 중재를 통해 안전하게 합의해야 한다. 대리인으로서 연락했을 때, 피해자는 합의 의사가 없음이 확고했다.

법무법인 이현 변호사 연락

조서에 함정이 왜 이렇게 많아🔥

스토킹에 시달리다 살해당하는 등 강력 범죄가 일어나다 보니, 스토킹법 위반 혐의자를 범죄자로 낙인 찍고 강압적으로 수사하는 경우가 많다. A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피신조서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하여 경찰 심문 과정을 낱낱이 뜯어봤다. 경찰이 어떤 혐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스토킹이 일어났다고 보는 건 피해자가 거부를 표시한 시점부터인데, 그 시점에 대한 해석이 너무 달랐다. 피의자신문조서에서 A는 악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괴롭힌 범죄자가 되어있었다.

경찰은 A가 H의 집 주변을 배회했다고 보는데, 전혀 다른 사람의 cctv 자료였다. A는 딱 한 번, 찾아간 적이 있으나 그 외에는 방문한 사실이 없다.

경찰은 회사에서 제재를 받자 앙심을 품고 방문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A는 일단 회사에서 어떤 제재를 받은 것 자체가 없다. 인사위원회의 결과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고, 재택근무 중이라 H와 회사에서 대화를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답답한 마음에 찾아갔을 뿐이었다.

스토킹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문 조서

형사조정을 준비하다

A의 입장을 주장하고 경찰 조사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하고 한 달, 수사 결과가 나왔다. 예상한 대로 검찰 송치. 피해자와 조정하는 것이 의뢰인에게도 가장 좋은 방향이다.

스토커 수사결과 통지서

스토킹은 피해자에게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하는 심각한 범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맥락을 보자면, ‘그럴 수도 있었다’는 걸 서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했다. A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고, A의 입장은 이러했다는 걸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또 한 달 후, 비대면으로 형사조정 과정이 진행되었다. A는 이번에야말로 끝날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결과는 결렬.. 피해자는 여전히 합의를 원하지 않았다.

합의를 위해서

변호인이라면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검사의 처분이 나오기 전까지 피해자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 시간 싸움이다.

다시 한번 의뢰인과 피해자의 상황 속으로 빠져들어 보았다.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고민한 내용을 바탕으로 의뢰인과 각서와 사과문을 준비했다. 다행히 피해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스토커의 사과문

검사가 처분을 내리기 전에 빠르게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해 합의 사실과 피해자의 의사를 전했다. 결과는 공소권없음. 불기소다.

스토킹처벌법위반 검사 처분 결과

마음고생이 심했던 A는 60kg 대 초반이던 몸무게가 5kg 넘게 빠졌다. 본인은 조금 더 용기를 내봤을 뿐이었지만, 상대방에게는 공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이번 기회에 배웠다고 했다.

더해서 대체 어떻게 연애를 해야 할지 원래도 자신 없었지만, 더 자신이 없어졌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혹시 지금 억울하게 스토커로 신고당하셨나요?

최근 스토킹처벌법이 강화되면서 법을 악용하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헤어진 전 연인 또는 썸 타던 사이에 스토킹 고소 협박이 빈번해진 것이죠. 실제 고소로 이어져 찾아오시는 분들도 늘었고요.

판례가 쌓여 법이 정착되기 전까지 생길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사이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현에서는 사실관계가 너무 복잡한 경우가 아니라면 첫 상담은 가급적 비용 없이 돕고 있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도록 편하게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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