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이라고 불린 재심 사건이 큰 화제였죠. 검찰의 강압 수사로 16년 동안 옥살이를 했던 부녀가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가족의 비극을 넘어, 우리 수사 기관과 사법 시스템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류를 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이기도 합니다.
출처 - YTN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이 연쇄 독극물 사건
2009년 7월, 전남 순천의 평화로운 마을에서 막걸리를 마신 주민 4명 중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사건은 막걸리에 치명적인 독극물 청산가리가 들어간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범인을 빨리 잡아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 속에서, 마을 전체를 뒤덮은 공포는 수사 기간을 압박했습니다.
결국, 수사기관은 이 사건을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으로 규정하고 한 부녀를 범인으로 특정했습니다. 객관적 물증보다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가족을 범인으로 지목한 것입니다.
검찰은 부녀가 근친관계를 포함한 범행 동기를 갖고 아내이자 어머니를 살해했으며, 마을 주민에게도 피해를 준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수사는 왜 빠르게 결론에 도달했는가?
1. 자백 중심 수사의 함정
이 사건에는 결정적인 물증이 없었습니다. 오직 피고인들의 자백뿐이었죠. 하지만 당시 백 씨 부녀는 한글을 잘 읽지 못하거나 지적 능력이 평균 이하인 상태였습니다. 이런 취약한 상태의 피고인들에게 수사 기관은 유도 신문과 압박을 가해 원하는 대답을 얻어냈습니다.
2. 과학 감정의 한계와 무시
당시에도 독극물 유입 경로에 대한 의문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사 기관은 확보된 자백을 정당화하기 위해 과학적인 모순점들을 외면했습니다. 청산가리의 생김새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피고인의 진술이 증거로 채택된 비극적인 상황이었습니다.
3. 대중 불안 속 범인의 필요성
사회적 공분이 컸던 만큼,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수사 기관은 진실을 밝히기보다 범인을 만들어내는 데 더 집중했고, 결국 구조적인 오판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재심이 시작된 계기
1. 기존 판결의 문제 제기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2심에서는 다른 판단이 나왔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부녀에게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이 형은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이로인해 부녀는 15년 가까이 복역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수사 과정의 치명적인 결함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2. 증거 재검토와 진술 신빙성 붕괴
결정적인 계기는 당시 제출되지 않았던 수사 영상과 기록들이었습니다. 영상 속 수사관들은 답변을 알려주고 대답을 강요하고 있었습니다. 피고인들이 막걸리를 샀다는 시장의 상인들조차 그런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는 등, 자백의 근간이 되는 모든 기초 사실이 무너졌습니다.
법원은 왜 무죄를 선고했는가
2025년 10월, 재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범행에 쓰인 청산가리의 보관 장소나 구입 경로가 전혀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주장한 범행 시나리오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재심 과정에서 과학적 재검증을 거친 결과, 피고인들이 주장된 방식으로 독극물을 섞어 피해자들에게 전달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음이 밝혀졌습니다.
법원은 당시 수사가 유도 신문 등 강압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인정했습니다. 패륜적 동기 역시 수사 기관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임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살인, 존속살인 등 모든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고, 과거 자신의 잘못이 아닌 부분에 대해 허위 신고를 했던 무고죄 부분만 일부 인정되었습니다.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이 재심 제도에 남긴 의미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은 단순히 독극물 사건을 넘어, 강압 수사가 어떤 식으로 잘못된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유죄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진실은 아니라는 점을 우리 사회에 뼈아프게 상기시켰습니다. 오늘날에도 물증보다 진술에 의존하는 수사 관행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판은 단순히 판결문의 오류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청춘과 가정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폭력입니다.
16년 만에 누명을 벗은 부녀의 사례를 보며, 우리는 법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절차가 얼마나 무겁고 신중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또한 확정 판결이 난 사건이라도 국가 권력의 남용이 있었다면 언제든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 재심으로 무죄나와 억울한 옥살이 한 경우 어떻게 보상받을까?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진범은 잡혔을까?
재심 무죄 판결 이후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은 아직 미제 사건으로 분류돼 경찰이 기록을 검토하고 재수사에 나선 상태입니다. 이 과정에서 누락됐거나 왜곡된 수사 기록을 바탕으로 진범 규명을 위한 추가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