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소 통지서를 받았을 때의 선택지
고소장을 제출했더니 돌아온 건 '혐의없음' 또는 '기소유예' 통지서. 분명 피해는 있었고, 증거도 냈는데, 검사는 사건을 종결해버렸습니다.
이럴 때 그냥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닙니다. 고소인에게는 다시 다툴 기회가 있습니다.
먼저 항고를 해서 상급 검찰청에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고, 그래도 안 되면 법원에 직접 판단을 요구하는 '재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한이 짧고, 절차도 까다롭습니다.
재정신청이란 무엇인가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법원에서 이를 타당한지 판단을 해달라고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60조가 근거죠. 쉽게 말하면, "검사는 안 한다는데, 법원이 직접 판단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겁니다.
2007년 이전에는 공무원의 권리행사방해 등 특정 범죄에만 재정신청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모든 고소 사건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게 확대됐습니다.
재정신청 가능 사건과 불가능 사건
2025년 현재, 재정신청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 재정신청 가능한 경우:
고소권자가 고소한 모든 사건 (형사소송법 제260조)
형법 제123조~제125조의 직권남용, 불법체포·감금, 폭행·가혹행위는 고발인도 가능
대표적으로: 사기, 횡령, 배임, 명예훼손, 성범죄, 폭행, 상해 등
✅ 재정신청 불가능한 경우:
고소권자가 아닌 일반 고발인이 제기한 사건 (위 특정 범죄 제외)
진정사건에 대한 내사종결 처분
고소·고발을 취소한 경우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된 경우
핵심은 '고소권자로서 고소한 사건'이냐는 겁니다. 범죄 피해자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의 고소라면 대부분 재정신청 대상입니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항고 절차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재정신청은 항고를 먼저 거쳐야 가능합니다.
불기소 통지를 받으면:
먼저 고등검찰청에 항고 (통지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항고가 기각되면 재정신청 가능
다만 예외적으로 항고 없이 바로 재정신청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항고 후 재기수사했는데 또 불기소된 경우
항고 신청 후 3개월이 지나도 처분이 없는 경우
공소시효 만료 30일 전까지 기소되지 않은 경우
실무에서는 대부분 항고 → 항고기각 → 재정신청 순서로 진행됩니다.
재정신청 절차와 기한
재정신청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기한:
항고기각 결정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
이 기한은 매우 짧으므로 통지를 받으면 즉시 준비해야 합니다
절차:
원처분 검사가 속한 지방검찰청 검사장 또는 지청장에게 재정신청서 제출
검찰청이 사건기록과 함께 관할 고등법원에 송부
고등법원 3인 합의부 심사
기각 또는 재정결정 (공소제기 결정)
재정결정 시 → 검사가 공소 제기, 1심 법원에서 정식 재판
재정신청서에는 단순히 "불복합니다"가 아니라, 범죄사실과 증거, 재정신청을 이유 있게 하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이를 기재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부적법한 신청이 돼 기각됩니다.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는 조건
법원이 재정신청을 인용하려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검사가 간과한 경우
피의자 진술과 객관적 증거 간 모순이 뚜렷한 경우
법리 해석에 명백한 오류가 있는 경우
검사의 불기소 판단이 명백히 부당한 경우
👉 기각되는 경우: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
범죄 성립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기소유예 처분이 타당한 경우
재정신청서에 이유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경우
실무에서 보면, 단순히 감정적 불만만 제기해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객관적 증거와 법리적 논리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실제 인용률은 어느 정도일까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은 냉혹합니다.
최근 10년간(2013~2022년) 재정신청 인용률은 0.3~0.6% 수준입니다. 100건을 신청하면 1건도 안 되는 숫자죠.
지역별로도 차이가 있습니다. 수원고법은 0.45%로 가장 낮고, 광주고법이 1%로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법원의 업무 부담이 크고, 검사의 불기소 판단을 뒤집는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죠. 다만 2020년 서울고법에 재정신청 전담부가 생기면서 조금씩 변화 움직임은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절망적이지만, 이건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신청'까지 포함한 통계입니다. 변호사가 체계적으로 준비한 사건은 다릅니다.
변호사가 필요한 이유
재정신청은 10일이라는 짧은 기한 안에, 검사의 판단이 왜 잘못됐는지를 법리적으로 설득해야 하죠.
변호사는 이런 부분에서 도움을 줍니다.
불기소 이유를 법리적으로 반박하는 논리 구성
간과된 증거나 새로운 증거 제시 전략
관련 판례 및 법리 분석
재정신청서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할 '이유 기재' 작성
혼자 신청서를 쓰다 보면, 감정적 표현이 많아지거나 핵심을 놓치기 쉽습니다. 법원은 감정이 아니라 법리와 증거로 판단하니까요.
특히 인용률이 1%도 안 되는 현실에서, 그 1% 안에 들려면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Q. 재정신청 전에 반드시 항고를 해야 하나요? 네, 원칙적으로 항고를 먼저 거쳐야 합니다. 다만 항고 후 재수사 후 재불기소된 경우나 항고 후 3개월이 지나도 처분이 없는 경우 등은 항고 없이도 가능합니다.
Q. 재정신청 후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법원마다 다르지만, 보통 3~6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사건이 복잡하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Q. 인용률이 1%도 안 되는데 할 의미가 있나요? 통계는 평균이고, 체계적으로 준비한 사건은 다릅니다. 명백한 증거가 있고 검사의 판단이 분명히 잘못됐다면 시도할 가치가 있습니다.
포기하기 전에, 한 번 더 검토하세요
불기소 통지를 받았다고 모든 게 끝난 건 아닙니다. 재정신청은 고소인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입니다.
하지만 10일이라는 기한, 까다로운 요건, 1% 미만의 인용률을 생각하면 신중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감정만으론 부족하고, 증거와 논리가 뒷받침돼야 법원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억울하게 불기소됐다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이현은 그 좁은 문을 함께 통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