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금액인데 왜 형량은 다를까?
"500만 원을 횡령했습니다."
같은 금액, 같은 행위처럼 보이지만, A씨는 5년형을 받고 B씨는 10년형을 받았습니다. 무엇이 이들의 운명을 갈랐을까요?
바로 '업무상'이라는 세 글자였습니다.
횡령죄로 조사받거나, 업무상 금전을 다루는 위치에 계신 분들이라면 이 차이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법정에서 이 구분은 단순한 법률 용어가 아니라, 당신의 인생을 좌우하는 결정적 분기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숫자로 보는 확실한 차이
법은 냉정합니다. 단순횡령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입니다. 반면 업무상횡령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법정형이 정확히 2배 무겁습니다.
더 심각한 건, 횡령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되고,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징역도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얼마를 횡령했느냐"만큼이나 "어떤 지위에서 횡령했느냐"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업무상'이란 무엇인가?
핵심은 "계속적으로 반복하는 업무로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는지입니다.
친구에게 맡긴 돈을 가로챈 것은 단순횡령입니다.
하지만 회사 경리 담당자가 회사 자금을 가로챘다면? 은행원이 고객 예금을 빼돌렸다면? 이건 업무상횡령입니다.
판례는 더 구체적입니다. 등기부상 대표이사를 사임했어도, 실제로 계속 대표이사 업무를 수행하고 직원들도 그렇게 대했다면 '업무상' 지위가 인정됩니다. 형식이 아닌 실질을 보는 것입니다.
왜 2배나 무겁게 처벌할까?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신뢰 배신의 무게가 다릅니다. 업무상 재물을 보관하는 자는 단순한 지인이 아닙니다. 회사, 고객, 거래처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를 받는 지위입니다. 이 신뢰를 배신하면 피해가 한 사람에게 그치지 않습니다.
둘째, 범행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업무상 보관자는 재물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고, 횡령을 은폐할 수단도 많습니다. 회계 조작, 서류 위조 등이 가능한 위치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사회 전체의 거래 안전을 해칩니다. 우리는 은행원을 믿고 돈을 맡기고, 경리 담당자를 믿고 회사를 운영합니다. 이런 신뢰가 무너지면 경제 시스템 자체가 흔들립니다.
실무에서 꼭 알아야 할 3가지
1. 공범의 처리도 다릅니다 업무상 지위가 없는 공범은 업무상횡령죄가 아닌 단순횡령죄로만 처벌됩니다. 같이 범행을 저질렀어도 '업무상' 지위가 있었는지에 따라 형량이 달라집니다.
2.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횡령행위가 있었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그것도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엄격하게 증명해야 합니다.
3. 업무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법령이나 계약상 업무뿐 아니라, 관습이나 사실상의 업무도 포함됩니다. "공식 직책은 아니었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지위를 정확히 파악하세요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내가 업무상 보관자였는가"입니다. 이 판단에 따라 대응 전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업무상 재물을 다루는 지위에 계신다면, 더욱 엄격한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사소한 실수도 업무상횡령으로 오인받을 수 있고, 그 결과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법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법적 이해와 적절한 대응으로 최선의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