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나 법률 기사를 보다 보면 '추상적 위험범'이라는 용어를 접하게 됩니다. 얼핏 들으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사실 우리 실생활과 아주 밀접한 범죄 유형입니다. 오늘은 법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인 추상적 위험범의 정의와 성립 요건, 그리고 구체적 위험범과의 결정적인 차이점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추상범 위험범이란
추상적 위험범(Abstract Endangerment Offense)이란, 현실적인 침해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일반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 범죄가 성립하는 유형을 말합니다. 보통의 범죄는 누군가 다치거나(상해), 물건이 부서져야(손괴) 성립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를 '침해범'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추상적 위험범은 법익 침해의 현실적 위험이 발생하지 않아도 법률상 위험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여 처벌합니다.핵심 요약: "법이 금지한 행위를 했다면, 실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도 이미 사회적으로 위험하다"고 보고 처벌하는 것입니다.
왜 추상적 위험범을 처벌할까?
이유는 '사회 안전과 예방' 때문입니다. 어떤 행위들은 그 자체로 너무나 위험하거나, 사회적 신뢰를 깨뜨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결과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처벌해서는 늦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 사전 예방: 대형 참사나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막기 위해 위험의 싹을 미리 자르는 효과이죠.
• 입증의 용이성: 검사는 '위험이 발생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증명할 필요 없이, '그 행위를 했다'는 것만 입증하면 됩니다.
비교 분석: 침해범 vs 구체적 위험범 vs 추상적 위험범
구분 | 침해범 (Injury Offense) | 구체적 위험범 (Concrete Endangerment) | 추상적 위험범 (Abstract Endangerment) |
|---|---|---|---|
개념 | 법익에 대한 실질적 피해가 발생해야 함 | 피해는 없었으나, 현실적인 위험이 발생했음이 입증되어야 함 | 행위 그 자체로 위험을 간주함 (위험 발생 입증 불필요) |
성립 요건 | 결과 발생 필수 | 구체적·현실적 위험 발생 입증 필수 | 구성요건적 행위만 있으면 성립 |
대표 예시 | 살인죄, 상해죄, 절도죄 | 일반물건방화죄, 직무유기죄 | 현주건조물방화죄, 위증죄, 음주운전 |
우리 주변의 대표적인 '추상적 위험범' 사례
추상적 위험범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법률 조항들입니다.
1. 현주건조물방화죄 (형법 제164조) :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불을 지르면 그 불이 번져서 누군가 다치거나 집이 전소되지 않았더라도 불에 타는 정도(소훼)에 이르면 즉시 기수가 됩니다.
현주건조물방화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이라는 요건이 구성요건에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불태우는 행위 자체로 공공의 안전에 대한 추상적 위험이 인정됩니다.
2. 위증죄 & 무고죄 :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거나(위증), 죄 없는 사람을 신고하는 것(무고)은 그로 인해 실제로 판결이 잘못되거나 사람이 처벌받지 않았더라도 범죄가 됩니다. 이는 '국가 사법권의 적정한 행사'라는 추상적인 법익을 위협했기 때문입니다.
3.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 가장 이해하기 쉬운 사례입니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서 1m만 움직였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어도 처벌받습니다. 음주운전이라는 행위 자체가 도로 위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4. 통화위조죄 : 돈을 위조해서 실제로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위조하는 행위 자체로 처벌받습니다. 이는 '화폐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5.일반교통방해죄 : 일반교통방해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교통이 불가능하거나 또는 현저히 곤란한 상태가 발생하면 바로 기수가 되고 교통방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6.업무방해죄 : 업무방해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업무의 집행을 불능케 하거나 정지케 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요하지 않고 업무에 지장을 줄 위험만 발생하면 성립합니다.
7.명예훼손죄 : 명예훼손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공연히 적시된 사실로 인해 명예가 훼손될 위험이 있는 경우에 처벌하는 것이지 적시된 사실이 공연하게 될 위험이 있는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이 아닙니다.
법률적 쟁점과 주의할 점
추상적 위험범은 사회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법리적으로는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 방어권 제한의 우려: 피고인 입장에서 "나는 정말로 안전하게 했다(위험하지 않았다)"고 반증하더라도, 법률상 위험이 '간주'되기 때문에 무죄를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과잉 형벌의 문제: 실제 피해가 전혀 없는 경우에도 강력하게 처벌될 수 있어, 국가 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비판이 있기도 합니다.
추상적 위험범은 결과보다 '행위의 위험성' 그 자체에 주목하는 범죄 유형입니다. "아무 피해도 안 줬는데 왜 처벌하냐?"라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 바로 이곳입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과 신뢰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법은 특정 행위만으로도 범죄를 구성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 꼭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